코맥 매카시, 『스텔라 마리스』
현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코맥 매카시는 2023년 세상을 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었는지 그 소식이 뉴스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로드>의 원작자였음에도.
『스텔라 마리스』는 짝이 디는 『패신저』와 함께 코맥 매카시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고 여러 문학상을 휩쓴 『로드』 이후 16만의 작품이었고, 이후 몇 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패신저』와 『스텔라 마리스』를 앞에 두고 무엇을 먼저 읽을까 조금 고민을 하다 『스텔라 마리스』를 먼저 골랐다. 사실 읽기 전에는 이 두 작품이 짝이 된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읽다 보니 ‘보니’에 대한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했었어야 이 소설이 성립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어딘가는 『패신저』였다. 그렇다고 읽는 순서가 꼭 『패신저』 먼저, 『스텔라 마리스』 나중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스텔라 마리스』는 많은 게 독특하다. 코맥 매카시 작품으로서도 독특하고, 코맥 매카시라는 이름을 지우고서도 독특하다.
‘바다의 별’이라는 뜻을 지닌 ‘스텔라 마리스’. 성모 마리아를 의미하고,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정신의학과 환자를 수용하는 시설이다. 1972년 10월 스무 살의 얼리샤는 스스로 이 시설을 찾아왔다. 이미 두 차례 이 시설에 입원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시카고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생이다. 스무 살에! 그녀는 수학 천재다.
소설은 한 문단의 짤막한 배경 설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대화로 이뤄져 있다. 얼리샤와 닥터 코언의 대화다. 주로 닥터 코언은 묻고 얼리샤가 답변한다. 대화의 내용은. 얼리샤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것이지만, 고작 스무 살에 명문 대학 수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이가 단순히 어찌어찌 살아왔다는 얘기만 할 리 만무하다. 얼리샤의 답변은 종횡무진이다. 수학사와 수학 원리, 철학 등이 엉켜 있고, 거기에 현대사가 틈입한다.
여기서 현대사는 히로시마에 투여된 원자폭탄 이야기다. 얼리샤(와 보니)의 아버지가 바로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핵물리학자다. 얼리샤는 원자폭탄 개발 계획의 핵심 지역 로스 앨러모스에서 태어났다. 이 상황이야말로 얼리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단초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탄생부터 천재적인 요소를 지닐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현대의 정신병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얼리샤는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물론 상당히 어수선한 느낌으로 수학을 중심으로 현대 문명을 날카롭게 진단하고 있으며, 그 현대 문명과 거의 한 몸인 자신의 삶이 어떻게 나락을 빠지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그 구원의 방식으로 선택한 근친상간의 유혹까지도.
이게 소설일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 전개를 파악하기 쉽지 않고, 얼리샤가 전개하는 수학과 물리학, 철학의 논리를 따라가기도 벅차다. 코맥 매카시가 『로드』 이후 십수 년 동안 이런 공부에 천착했구나 싶을 정도다. 『로드』가 이런 세계관에서 나온 것이고, 그 세계관을 뒷받침하기 위한 공부를 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로 어렵다. 다만 다 읽고 나서 얼리샤를 가만 상상해 보면서 이게 어떤 맥락에서 그녀가 태어나고 살았는지, 그리고 코맥 매카시는 그녀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를 대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얼리샤가 은둔을 선택한 천재 수학자 그로텐디크를 자주 언급하는 이유가 있다. 수학, 혹은 과학만으로 구원받지 못하는 현대 문명의 아슬아슬함, 위태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