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온 이들

이연식, 『다시 조선으로』

by ENA

이연식의 『조선을 떠나며』를 읽고 참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책은 2012년에 나왔지만 나는 2016년에 읽었다, https://blog.naver.com/kwansooko/220894880410). 해방을 생각하면서도 식민지 땅에 살던 일본인들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못해왔던 것이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으며, 어떻게 일본으로 돌아갔고, 일본은 어떻게 받아들였고, 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서 처음 생각해보게 된 일이었다.


떠난 사람들이 있으면 돌아온 사람들이 있을 터, 10여 년 만에 낸 『다시 조선으로』는 『조선을 떠나며』을 냈으면 응당 나와야 하는 책이다. 돌아온 사람들? 떠난 사람들보다는 조금 더 인식의 자장 안에 들어와 있었으련만 생각해보면 이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다.


KakaoTalk_20241125_072409203.jpg?type=w580


1945년 전쟁이 끝나고 해방되던 무렵 한반도로 돌아온 사람들의 숫자는 약 2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당시 한반도의 인구가 1600만 명 가량이었으니 정말 많은 숫자다. 모두 사연을 가지고 떠났거나 강제로 잡혀갔던 이들이니만큼 그들이 돌아오고 고향에 대한 안온함을 느꼈으면 좋았으련만 사정은 그러지 못했다. 돌아오는 길도 험했고, 돌아오고 나서의 삶도 팍팍하다 못해 참담했다. 사람들의 시선도 점점 차가워졌다. 너무 많았고, 한반도(이 책에서는 대부분 남한을 다루고 있다)의 사정도 너무나도 열악했으며, 미군정의 능력도 부족했거나 한반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역사를 약간의 높이를 가지고 조망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것이겠지만, 때로는 지상으로 내려와 ‘역사의 빌런’에 대해 분개하기도 한다. 단지 부족했기 때문에 이른바 전재민이라 불린 그들이 그렇게 살아가야 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에다, 이미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제에 빌붙어 살던 이들의 탐욕으로 그리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리던 고국에 돌아왔음에도 제대로 살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선으로 ‘돌아온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적지 않은 분량을 해방 이후 사회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른바 적산(고급 요정을 포함해서)의 처리를 두고 벌어졌던 욕망과 죄악에 대해서, 해방 이후 남한에서 출세한 이들의 정체에 대해서(예를 들어 최후의 경성부윤이자 첫 서울시장 김형민) 쓰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책 제목에서부터 하고자 했던 주제와는 조금은 빗겨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물론 넓게 보아 이 역시 제국의 붕괴와 관련한 이주사의 한 면이긴 하다.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에필로그>에 적은 이야기들이 무척 관심이 많다. ‘돌아온 자들’이라고 했으니 남한으로 돌아온 이들과 북한으로 돌아온 이들의 차이, 첫 귀국선이 되었어야 할, 그러나 출항하자마자 폭파되어 버린 우키시마호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사할린 동포의 뒤늦은 귀국에 대해서 말이다. 아마도 이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커다란 이야기이고, 그것들을 담다 보면 너무 부피가 커져서 이렇게 에필로그에만 간략히 소회만 담은 것 같다. 조만간 이 이야기들을 활자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포르노그래피, 혹은 현대사회에 대한 절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