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코넬리, 『회생의 갈림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판에서 이기는 것만을 최고의 신조로 삼아왔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가 다소 바뀌었다. 재판에서의 승리를 위해서 갖가지 연막 전술은 물로 연극도 불사하는 면은 마찬가지지만, 조금씩 조금씩 약자들 편을 드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잇따라 죄가 없는 데도 수감되어 있는 이들을 무료로 변론하여 무죄를 받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사실은 그렇게 재판에서 승리한 이후에는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금을 받아내고 거기서 적지 않은 금액을 받아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40년 동안 경찰로 일하다 최근 그만두고, 또 암에 걸린 후 치료 중인 이복 형 해리 보슈의 도움을 받는다. 보슈는 의뢰를 받고 진짜 무죄인지에 대해 판단을 하여 할러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을 건지를 결정하도록 한다. 『회생의 갈림길』에서는 경찰 영웅인 전 남편을 다툰 후 총으로 쏴서 죽였다는 혐의를 받고 변호사의 무능력, 혹은 불성실로 말미암아 혐의를 인정해서 감옥에 갇히게 된 여인 루신더 샌즈를 변호하게 된다.
사건에 파고들수록 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루신더 샌즈가 죄가 없다는 심증은 물론 간접적 증거가 드러난다. 문제는 애초에 샌즈가 불항쟁 의사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할러와 보슈는 이 장애물을 넘어 루신더 샌즈를 감옥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심지어 첫 아내이자 능력 있는 검사인 매기 맥피어스까지 가세해서 방해한다.
그런데 솔직한 감상으로는 이번 소설은 이전 코넬리의 작품에 비해 긴박감이나 반전의 묘미가 덜한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재판정에서 펼쳐지는 연극적 요소들은 흥미진진하다. 왜 이런 게 재미있는지를 생각해봤는데, 변호사와 검사 사이에서, 그리고 여러 증인들 사이에서 여러 가지 술수가 동원되고, 거기에 감정적 동요가 널뛰는 장면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장이라서가 아닌가 싶다. 여기서는 할러가 특유의 연극적 능력을 통해 배심원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대신에, 오로지 판사만을 상대한다. 그래서 법정에서의 현란함은 줄어드는 대신 배심원을 상대할 때와 판사만을 상대할 때의 자세가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반전은 거의 없다. 아주 작은 반전을 제외하고는.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에서 할러 변호사가 어떻게 변신할지에 대한 암시도 있다. 그걸 코넬리는 ‘부활’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과연 어떤 부활일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