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김재원, 박우현, 이휘현, 주동빈, 『소비의 한국사』
다섯 명의 한국사 전공 연구자들이 현대 한국 사회의 소비문화에 대해 주제별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이 논의를 통해 고른 주제들은 우리의 소비문화 가운데 필수품이거나 우리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거나, 혹은 시대가 흐르면서 소비의 의미가 달라지면서 사회의 변화를 드러내는 것들이다. 쌀이라던가, 물, 주거와 같은 식(食), 강남의 아파트와 같은 주(住)가 필수품에 해당하는데, 의(衣)에 해당하는 게 없는 것은 조금 의외다.
저자들이 가장 많은 들먹이는 단어는 ‘욕망’이다. 거의 ‘소비=욕망’이라는 공식을 사용하는 듯하고, 그게 그리 틀린 인식이기도 하다. 반드시 필요한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범위를 넘어서기 시작하면 과시를 위한 것으로 바뀌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이를테면 강남의 아파트도 그렇고, 냉장고도 그렇고, 커피도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의 소비문화를 들여다보면서 드는 생각은 욕망의 발현으로서 소비를 바라보는 것은 어떤 한 시각일 뿐이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혹 그런 시각에서 보더라도 그것을 반드시 비판만 받아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음악이라든가, 영화, 관광과 같은 것들은 분명히 과시하고, 내가 다른 이들과 별 다르지 않다거나, 혹은 남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양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과하게 해석하려고 한다면 그 시대의 그 문화가 너무 형해화되지 않는가 싶은 것이다(물론 이 책의 저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글 꼭지마다 편차는 있으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글도 있다).
너무 자신이 맡은 주제에 대해서 과한 의미를 부여하고, 시대사적으로 무겁게 보는 글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 반면 어떤 예를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글들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삼양사와 농심의 라면을 두고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혈투에 관한 주동빈의 글, 문경과 점촌을 두고 기차역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에 관한 박우현의 글이 그렇다.
논쟁적인 글도 꽤 흥미롭다. 주동빈의 마약에 관한 글이 대표적인데, 어떤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에 아주 소소하게나마 이어지는 마약과 관련한 논의에 한 가지 시선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