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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Nov 29. 2024

최고의 모터, 근육 이야기

로이 밀스, 『우리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로이 밀스. 저자 이름이 낯익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숨겨진 뼈, 드러난 뼈』의 저자다(https://blog.naver.com/kwansooko/223358161468). 그때 어떻게 읽었는지를 봤더니 전문가로서의 책이면서도,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일반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풀어쓰려는 노력이 엿보였던 책이었다. 특히 ‘뼈’에 관한 교양과학서는 별로 없었기에 약간은 두려워하면서도(?) 충분히 기껍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근육’ 이야기다. 어찌 보면 정형외과 의사가 뼈 다음으로 쓸 얘기로 근육이 당연한 것 같다. 그렇지만 그걸 쉽게 풀어쓰는 고된(!) 작업을 다시 시도하는 게 그리 간단한 결심은 아니었으리가 생각한다.


 


저자는 쥐를 뜻하는 라틴어 ‘mus’에서 온 근육(muscle)에 대해서 최대한 쉽게 쓰겠다고 약속을 이야기를 시작한다(왜 근육이라는 영어 단어가 쥐에서 왔냐 하면, 근육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생쥐가 피부 안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다고 해서란다. 선뜻 이해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서양 얘기다). 


근육의 존재와 형태를 발견해 온 이야기와 근육이 작동하는 분자 메커니즘에 관한 설명은 근육을 이해하기 위한 시작이다. 당연히 여기서 시작하긴 해야 하는데, 근육의 명칭도 쉽지 않고(이건 대충 포기하자), 분자 메커니즘(액틴과 미오신의 작용 등등)도 쉬운 얘기는 아니다(나는 포기하면 안 되지). 그래도 저자는 미술 작품들과 ‘노 젓는 사람들’에 대한 비유 등을 동원해 가며 독자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애쓴다. 이걸 알아야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을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알아들을 수가 있다. 또한 분자 메커니즘은 맨 끝 단원 ‘힘을 만들어내는 다른 요소들’을 읽는 밑천이 된다. 말하자면 다음 단계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인데, 일단 근육의 여러 종류부터 시작한다. 


근육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골격근과 민무늬근으로 나눌 수 있다(아주 예전,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 내용이 교과서에 있었다). 이 두 근육은 수의근, 불수의근으로 보통 불리지만 그게 늘 그런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에 더해 한 가지 특별한 근육을 따로 떼어내 설명한다. 바로 심장근육이다. 이유는 그게 중요해서도이지만, 특별해서이기도 하다. 성인의 심장으로 자란 후에는 더 이상 세포 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근육, 100년을 튼튼하게 버티어내는 근육, 불수의근이면서 소장의 근육과는 달리 내부에 전기 신호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페이스메이커가 있어 그것에 의해 움직이는 근육, 이게 심장근육이다(어쩌다 보니 좀 특이한 심장근육에 대해 몇 줄을 더 썼지만, 골격근과 민무늬근 얘기가 더 길고 재미있다). 


이렇게 구조와 기능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응용이 들어간다. 여기서 응용이란, 이 근육을 어떻게 바꾸어나가고, 어떤 질병이 있고, 어떻게 고치고... 이런 얘기들이다. ‘컨디셔닝’은 말하자면 근육 운동에 관한 얘기인데, 결론은 (예상할 수 있듯이) 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나 효과에 관해서는 정말 다양한 얘기들이 있으며, 그게 전부 근거가 있거나 없거나 한 얘기들이다. 일반화가 정말 힘들다는 얘기다. 인간의 근육도 신기하고,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적지 않지만, 동물의 근육으로 접어들면 더욱 신기해진다. 


저자는 근육을 ‘세계 최고의 모터’로 꼽는다(뼈에 대해서는 ‘최고의 건축 자재’라고 했었다). 그냥 그러는 게 아니라, 기준이 분명하다. 내구성, 확장성, 보편성, 다용도성, 적응성, 효율성, 실용성, 미학적 가치로 봤을 때 모두 첫 손, 아니면 두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근육이라고 본다. 이런 식의 분석이 아니더라도 만약 근육이 없다면... 하고 상상도 할 수 없는 지경이긴 하다. 


무수히 밑줄을 그어가며 거의 공부하듯이 읽었다. 새로 배우게 된 것도 많고, 유용한 정보도 많다. 저자가 쉽게 쓰겠다고 했으니 이렇게 밑줄이라도 그으며 읽을 수 있었다. 쉽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라도 전달하려 애쓴 노고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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