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핀클, 『예술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는 여자 친구 앤 캐서린 클레인클라우스와 함께 1995년 3월부터 2001년 10월까지 거의 7년 간 300여 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훔친다. 미술품들의 가치를 모두 더하면 수조원에 달한다. 어머니 집의 다락방에 함께 살며 미술품들을 보관했고, 단 한 점도 내다 팔지 않았다. 오로지 감상하고, 그것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가장 많은 미술품을 훔친 개인이면서(국가나 공권력은 그보다 더 한 경우가 분명 있으므로), 그것들을 훔치고도 단 한 번도 돈으로 바꾸려고 하지 않은 희한한 ‘예술 도둑’이다(물론 한 번 잡힌 이후로는 좀도둑처럼 변했지만).
저널리스트 마이클 핀클은 이 희한한 도둑에 대해서 알고 난 후 인터뷰를 요청했고,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성사되었다.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 이미 출판된 몇 권의 책들, 그리고 자료들을 섭렵하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성격은 브라이트비저가 묘한 도둑인 것처럼 묘하다. 그의 예술적 열망을 옹호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고상한 예술 작품을 향했달 뿐이지, 결국엔 단지 도벽에 불과하다는 투이기도 하다. 마이클 핀클은 브라이트비저의 도둑질을 어떤 한 가지로 규정짓기보다는 미학적 열망과 파렴치한 도둑질 사이의 어느 것, 아니 그게 쉽게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예술적 열망을 고고한 것으로 보는 것은, 그 대상이 그래서일 뿐 그것을 받치고 있는 욕망은, 결국 추악한 것이다. 결국 추악한 욕망일 뿐이다.
앞에 잠깐 언급했지만, 국가나 공권력에 의한 예술품 탈취 역시 예술에 대한 열망, 취향을 덧붙이지만, 결국은 도둑질에 다름 아니다. 브라이트비저와 다른 점은 그가 결국은 잡히고 파국에 이른 데 반해, 국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일 뿐이다.
순식간에 읽을 만큼 빠져들었다. 드라마틱한 소재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저자의 솜씨 때문이기도 하다. 읽고 나서는 여운이 있다. 내 안의 어떤 추악한, 그게 아니더라도 좀 부끄러운 욕망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게 무엇인지 드러내기 어려운, 아니 나도 잘 모르는 그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