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라스 케네디, 『원더풀 랜드』
원더풀 랜드저자더글라스 케네디출판밝은세상발매2024.10.15.
『빅 피처』와 『오로르』 시리즈 사이의 간격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들이 감당하고 있는 범위를 의미한다. 『원더풀 랜드』는 『빅 피처』와 『오로르』 사이의 직선상 간격을 벗어나 3차원적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원더풀 랜드』는 가상의 미래에 벌어지는 일을 쓰고 있지만, 분명히 현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36년 미합중국이 분리되었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내세운 공화국연맹과 이에 반발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연방공화국이다. 그 시작은 우리가 이미 아는 역사,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202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부터 그럴듯한 상상을 기반으로 미합중국을 분리하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도 트럼프가 다시 등장해서 당선되리라고는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듯하다. 2024년의 선거에서는 트럼프와 비슷한 성향의 콤프턴이 당선된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반대 진영에 서서 연방공화국의 중심 인물이 되는 인물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예상과는 어긋난다. 소설에서 억만장자이면서 대인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혁신의 대명사 모건 채드윅은 말할 것도 없이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전의 성향으로 미루어 머스크를 트럼프의 반대 진영에 놓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분리된 두 국가는 유명한 소설들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12사도가 이끄는 기독교 근본주의 국가 공화국연맹은 마가렛 애트우드의 『시녀들』과 『증언들』의 배경이 되는 신정 국가를 떠올리게 하고, 고도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감시 사회가 된 연방공화국은 많은 부분 조지 오웰의 『1984』가 연상된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른다.
양 국가의 첩보기관에서 유능한 요원이 된 이복자매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서 중립지대에서 서로 신분을 속이고 맞부딪친다. 서로를 죽여야 하는 것은 상부의 명령이기도 하면서, 그 존재에 대한 분노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렇게 쉽게 삭제시킬 수 있는 존재는 아니었다.
소설은 그런 이복자매 사이, 두 첩보기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작전으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기 때문에 분명히 스릴러라는 장르에 속한다. 하지만 그 저변에 깔린 저자의 비판 의식은 선연하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판하지만, 그 비판은 그대로 자신이 서 있는 쪽으로 돌아온다. 자유의 의미는 서로 달리 쓰면 오염되어 버렸고,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하이테크에 기초한 사회든, 종교에 기초한 국가든 할 것 없이 말이다. 샘 스탠글이 위장 신분으로 중립지대의 공화국연맹 지역으로 넘어가서 만난 서점 직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드는 생각처럼 말이다. “우리는 모두 덫에 갇혀 있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자신이 현재의 미국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소설을 통해 보여조고 있으며, 이 현재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한 섬뜩한 경고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지 않고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를 좋아했지만, 또다시 달리 보게 되었다.
* 나는 미국이 19세기에 링컨의 대통령 당선 이후 남부연합이 분리 선언을 했을 때 그게 굳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이전에도 했던 생각이다). 한반도의 남과 북은 좀 더 세월이 지나면 어떤 관계가 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