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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Dec 07. 2024

1979년 계엄 속 일본인의 한국 경험

요모타 이누히코, 『계엄』



기괴한 상황에서 이 소설을 읽었다. 아일랜드에서 벌어지는 계엄 상황을 다룬 폴 린치의 『예언자의 노래』를 읽기 시작하며 다음 책으로 이미 점찍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들을 읽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 이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말도 안되는 죄책감까지 느낀다. 


형식은 소설이지만, 여기에 쓰는 이야기는 아마도 소설이 아닐 것이다. 1979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우연히도 한국의 대학교에 일본어 강사로 오게 된 한 일본인이 딱 두 학기 동안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보고 듣고 느낀 것들, 그리고 그 한국과 한국인을 바라보는 일본인의 시선에 대해 쓰고 있다. 이것은 비록 주인공의 나이가 몇 살 차이가 나고, 성격도 조금 다르지만 거의 저자의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신 체제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체험들에서 시작해서 10.26 이후 계엄까지를 다루는 이 자전적 소설에서 읽는 한국은 지금의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지저분하고, 문화랄 것도 없는, 한심한 국가로 보인다. 물론 그 가운데서도 역동성을 찾아내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도 생경하다. 나야 그 시대를 어린 시절이지만 보냈기에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이해하지만, 만약 그 시대를 겪지 못한 세대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이렇게 찌질했어? 이러지 않을까?


저자가 가장 이질감을 느끼는 것은 징병제와 관련된 것이다. 학기 중에 사라지는 ‘남’학생들, 또 갑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며 의아해했고, 그게 군대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영화(이를테면 <바보들의 행진>)를 보면서도 군대 문화에 대해 인상 깊게 쓰고 있으며, 한국에서 만나는 남학생들도 군대에 다녀온 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자세히 관찰한다. 사실 지금도 일본의 대학생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의 남학생이 ‘반드시’(정말 ‘반드시’일까?)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전쟁 상황에서 특수 임무를 맡으러 가는 것처럼 여기고, 무척 걱정하는 것을 실제로 보기도 했었다. 


또한 저자는 한국에 대해 무관심한 일본에 대해 무척 많이 생각한다. 자신도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왜 그럴까? 자주 생각한다. 또한 과거 일제강점기 때 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즉 일본어‘로’ 배웠던 이들이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적인 자리에서 일본어로 얘기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역시 지금은 그다지 잘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시기로부터 벌써 사십 년도 더 지났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일제강점기에서 이 소설의 시기에 이른 기간보다 이 소설의 시기에서 지금에 이르는 기간이 더 길다. 그래서 여기서 다루는 많은 이야기들이 그랬었다고, 지금의 대한민국과는 많이 다르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전히 그때의 계엄 트라우마를 다시 상기시킨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하고 울분이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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