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프랑수아, 『바다의 천재들』
바다 생물들의 기가 막힌 생존 전략이 펼쳐진다.
어떻게 헤엄을 치며(바다에서 사니까 당연히 헤엄을 잘 칠 거라 생각하지만, 그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떻게 극한의 압력을 견디며 살아가는지, 혹은 삼투압의 변화를 피하며 바다와 민물을 어떻게 오갈 수 있는지,
물과 공기 사이의 경계면에 사는 생물들은 어떤 전략으로 먹이를 먹거나, 포식을 피하는지,
에너지를 이용하는 차원에서 고래가 극 지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열수분출공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며, 전기가오리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어내는지,
빛을 산산조각내며 먹이를 잡아채는 갯자개의 비밀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생물 발광의 비밀은 또 어떻고, 멸치는 어떻게 빛을 이용해서 투명 장막을 치는지,
바다 생물들의 현란한 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바다 생물들은 어떻게 보고, 듣고, 느끼는지(수천 개의 눈을 가진 군부라는 연체동물이며, 불가사의한 소음을 내는 미거라는 물고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같은 소리를 내는 바닷가재, 여덟 개의 감각을 가진 상어의 세계는 놀랍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독특한 건축 기술을 뽐내면서 살아가는 생물의 세계는 또 얼마나 다채로운지,
그리고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살아가는 생명들은 또 얼마나 신비로운지(이를테면 수백 개로 잘라내도 수백 개의 생명체로 자라나는 플라나리아, 지독히도 오래 사는 생명체들, 실러캔스와 같은 먼 과거와 거의 달라지지 않은 생물들 같은 것들이다).
이 신기하고 다양해서 놀라운 바다생물의 세계를 더욱 만끽할 수 있는 이유는 발랑틴 플레스의 그림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놀라운 바다생물의 세계를 보여준 빌 프랑수아가 생물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자라는 게 또 한 가지 놀라운 일이다.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바다와 바다생물에 관심이 많았고, ‘물고기 떼의 움직임에 적용되는 유체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생물의 세계를 물리학적으로 연구한다는 의미인데, 그런 그의 연구 방식이 이 책에도 잔뜩 묻어 있다.
다랑어와 돌고래가 헤엄치는 방식을 비교한다든가, 앨버트로스가 비행하는 방식 같은 것을 설명하는 대목은 물리학자로서의 저자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날치가 나는 방식과 오징어가 물 밖으로 솟아올라 활공하는 방식 등도 마찬가지다. 편광을 감지하는 원리도, 문어와 같은 생물들이 색과 무늬를 갖는 원리 역시 생물학자라면 피상적으로 설명할 것 같은 것들을 물리학적으로, 그러나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본 바다생물의 세계가 더욱 신비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당연하다.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자연의 원리에 대한 심오한 과학적 설명이 되고, 그렇게 과학의 깊은 이야기인 듯싶다가 그림을 보면서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바다생물의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되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