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애리얼리의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
내가 행동경제학에 대해서 처음 읽은 것은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이었다. 이 말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각을 그로부터 얻었다는 얘다. 국내에 번역되어 나온 책 가운데 조금 실망한 책도 없지는 않았지만, 거의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물론 그것을 내재화하지 못한 것은 나의 한계다.
그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단순히 논문을 쓰고, 강의를 하고, 책을 쓰는 데만 이용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성격 자체가 그렇듯 연구의 성과를 정부나 사회,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켜 좀 더 바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렇다고 그가 일반 대중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누구나 아는 명사(名士)는 아니란 얘기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그가 난데 없이 어떤 집단들 사이에서 무척 유명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댄 애리얼리 자신이 표현하기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악마가 되어 버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중에 그는 빌 게이츠, 일루미나티와 공모하여 코로나19를 퍼뜨려 인구를 조절하고, 가짜 백신을 만들어 사람들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는 SNS 상에서 악마가 되어 있었고, 온갖 악담, 악담을 넘어선 얘기까지 들었다.
그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빌앤드멀린다케이츠재단과 함께 잠깐 작업을 함께 한 경험이 있을 뿐이었다. 일루미나티는 어떻게 연락할 방법도 모른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조언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그가 어린 시절 몸의 70% 이상 화상을 입었던 경험까지 들먹여가며, 그런 이유로 얼굴의 반쪽에만 수염이 나는 것까지 이유를 만들어가며 그를 사악한 인물로 소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댄 애리얼리는 그들 중 일부를 만나 설득하려 하고, 진짜 무엇이 맞는 얘기인지를 알려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런 방식의 노력을 한참 한 후에 그게 소용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 마음을 바꾼다. 그들이 왜 그런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로 내놓은 것이 바로 『댄 애리얼리 미스빌리프』다.
그는 흔히 사용하는 용어인 ‘음모론’ 대신 ‘잘못된 신념(misbelief, 오신념)’이라는 말을 쓰고, ‘오신자(misbeliever)’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오신자는 왜곡된 렌즈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에 대해 추론하고, 다른 사람에 설명하려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떻게 해서 그런 잘못된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고수하려 할까?
여기에는 네 가지 기본 요소가 있다고 쓰고 있다. 감정적 요소, 인지적 요소, 성격적 요소, 사회적 요소가 그것이다. 이것들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간섭적이고, 영향을 준다. 댄 애리얼리는 자신의 경험과 자신과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이 네 가지 요소를 하나하나씩 분석하고 있다.
감정적 요소는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특히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잘못된 믿음에 이르는 시작 요소라고 본다.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는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고, 특히 회복탄력성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결정적 타격을 입힌다. 그러면서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강구하는 데, 그게 바로 악당을 설정하는 것이다. 바로 댄 애리얼리! (물론 그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인지적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여기는 그간 많이 밝혀진 불완전한 인간의 심리적 경향이 많이 포함된다.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것, 이른바 확증편향. 특히 가설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찾는 편향된 검색은 인터넷 시대에 오신자들의 발판이 된다. 이와는 좀 다르게 이미 믿는 것만 믿는 것도 오신자의 인지적 요소다. 이미 믿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원하는 결론에 맞춰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를 ‘동기화된 추론’이라고 한다. 이렇기 때문에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다음으로는 성격적 요소다. 모두 스트레스를 받고, 모든 인간이 인지적으로 불완전하지만 전부가 그런 심각한 오신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잘못된 믿음에 빠지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이에 대해 댄 애리얼리는 여러 연구 결과와 자신의 관찰을 제시하는데, 요약하자면 패턴성, 자기의 직관을 신뢰하는 강도, 의사결정과 관련된 편견, 나르시시즘 등이 그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사회적 요소를 이야기한다. 오신자가 되는 것이 물론 개인적인 특성과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깊게 들여다봐야 하고, 그런 잘못된 믿음을 가지는 이를 되돌리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고 실행하기 위해서도 확인해야 할 요소다. 댄 애리얼리는 따돌림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그 후 자기 믿음과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깊이 빠져든다. 믿음과 행동이 충돌할 때 그것을 해소하는 방식인 인지부조화가 여기서 작동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사회적 요소가 개인적 요소와 따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금 망상에 빠진 인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인물이 댄 애리얼리가 언급하고 있는 평범한, 혹은 조금은 영향력 있는 이더라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그런데, 한 나라의 명운을 쥐고 있는 인물이... 아, 할 말이 없다. 댄 애리얼리가 이런 잘못된 신념으로 인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신뢰’, ‘배려’가 참 와닿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