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20세기 세계사, 우리는 연결되었다

에드워드 로스 디킨슨, 『21세기 최고의 세계사 수업』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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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에 “the Long Twentieth Century”라고 되어 있다. 우리말로는 ‘장기 20세기’라고 번역되는 용어다. 19세기 중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를 이른다. 에드워드 로스 디킨슨이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사는 바로 이 시기의 역사다.


에드워드 로스 디킨슨는 이 장기 21세기‘역사상 존재하는 여러 시대 중 그저 한 시대가 아닌’, ‘인류 역사에서 가장 특별한 시기’로 보고 있는데, 이 장기 21세기의 특징을 ‘기술의 발전’, ‘전 지구적 차원의 상호작용 강화, ’자연 환경 개발과 착취의 가속화‘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를 크게 세 시기로 나누고 있다. 18세기부터 시작되어 19세기에 이르러 본격화된 ‘확장’의 시기가 첫 번째 시기다. 두 번째는 ‘폭발’의 시기다. 189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전 세계가 파괴적인 혁명과 전쟁에 휩쓸렸던 시기가 바로 이 폭발의 시기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속화’의 시기다. 폭발의 시기에 혁명과 전쟁이 던져놓은 질문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이후 찾아온 시기로, 기술적, 경제적, 생물학적, 문화적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혹은 진행되고 있다.


에드워드 로스 디킨슨은 각종 통계 자료로 기초로 이 시대의 변화 양상을 굉장히 포괄적으로 보고 있다. 인구의 변화, 생활수준의 변화, 자원 활용의 변화 등등을 국가별로, 혹은 대륙, 지역별로, 때로는 어떤 기준을 두고 묶은 그룹별로 보고 있는데, 이를 통해 그가 ‘변화적 근대’라고 명명한 시대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포괄적인 역사 기술은 대체로 그다지 재미없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기술(記述)의 속도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종 통계 자료를 이용하면서 근거를 가지면서도,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몇 가지로 요약하면서, 주제와 주제를 부드러우면서도 신속하게 넘어가는 속도감 있는 기술이 이 책을 지루한 역사책으로 만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책에서 몇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 것은, 미국이나 유럽 중심의 역사가 전혀 아니란 점이다. 특히 20세기의 역사 전개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흘러왔다고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기술인데, 이 책은 앞서 얘기했던 이 시기의 특징대로 ‘전 지구적 상호작용’을 매우 끈질기게, 밀도 있게 쓰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나, 남미, 아프리카가 미국, 유럽 등의 국가와 어떤 차이를 보여 왔는지, 어떻게 따라잡고, 또 멀어지고 있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관계에 있어서도 일방적인 방향이 아니라 양 방향으로 진해되었다는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얘기도 상당한 양으로 등장한다. 일본의 식민지화가 되었던 시기부터, 그것이 세계사적 흐름에서 갖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식민지화와 다른 점도 짚고 있고, 해방 이후의 폭력적 상황, 그리고 눈부신 경제 발전까지도 각 시기별로, 혹은 각 흐름별로 빼놓지 않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게 기억하게 되는 것은, 저자가 이 시기의 세계사적 흐름에서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을 끈질기게 ‘농업’과 ‘석유’라고 언급하는 것이다. 20세기의 많은 갈등이 결국은 석유, 즉 에너지를 두고 벌어졌으며, 또한 농민, 농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국가 내, 국가 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졌다는 시각이다. 이 시기의 많은 문제들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데, 그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이 두 가지 문제로 귀착된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물론 이에 관해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겠지만, 나는 저자의 시각이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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