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디자이너, 책을 만드는 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전가경, 『펼친 면의 대화』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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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몇 권 내면서도 표지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안을 받고, 어떤 게 좋은지 가늠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돌려가며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의견을 출판사에 건네기도 했지만 결론은 대체로 출판사는 나름대로 결정했고, 나는 그 결정에 그다지 이견을 내지 않았다. 결국에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물론 표지를 보고 책을 고르는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과학교양 서적은 그런 일이 상대적으로 적을 거라 여기기도 했다.


그건 책을 만드는 데 겉모양새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책에서 ‘디자인’이라는 걸 ‘표지’에 한정해서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읽을 때 표지를 보고 고르는 경우가 가끔 없지는 않지만 대체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 나름대로의 ‘착각’에 근거한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북디자이너 11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전가경의 『펼친 면의 대화』를 읽으면서(보면서?) 책에 대한 내 생각이 정말 좁은 것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북디자이너(이른 표현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라는 이들이 하는 작업이 표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책 전반에 대한 작업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 작업이 책이라는 물성에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지는지도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나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책을 읽으면서 그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말하자면,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책은 내가 생각하는 책과는 조금 다른데, 그것도 책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측면일 수 있다는 걸 거의 생각하지 못해왔던 것이다.


이 사람들이 하는 일에서 표지 작업은 부분 중에서도 부분이다. 서체를 결정하고, 조판을 어떻게 짜고, 여백은 어느 정도나 두고, 한 면에 몇 줄이나 놓고, 책등은 어떻게 처리하고, 종이는 어떤 것을 쓰고, 펼쳤을 때 왼쪽 면과 오른쪽 면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이며... 말하자면 독자가 책에 대해서 접하는 모든 것,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책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에 북디자이너가 관여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매우 심각하게 독자들이 책을, 책의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저자의 메시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책에 대해 훨씬 넓고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아쉽다면 전문 용어 내지는 업계 용어를 거의 가감 없이 쓰면서 설명이 없어서 나 같은 사람은 그런 부분은 이해가 쉽지 않다. 나 같은 사람도 이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조금은 염두에 두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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