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나?

댄 레빗,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by ENA
KakaoTalk_20250108_202940276.jpg

댄 레빗은 “우리는 실제로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것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을 해결해보려는 ‘느긋한 생각’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알아보는 과정은 결코 느긋할 수가 없었을 듯하다. 깊이 파고들면 들수록 궁극적인 답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의문으로 이어졌을 테니 말이다. 물론 그 과정은 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이 우주의 시작에 관한 발표를 위해 영국 과학진흥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행사장인 웨스트민스터 중앙홀로 들어서는 르메트르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부터 인상적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우리 몸을 만드는 물질은 바로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온 것이니 그 장면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할 듯도 싶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익숙하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게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흥미를 가지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 부분은 물리학과 천문학의 세계다. 말하자면 우주의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관해 지난 100년 동안 과학자들이 밝혀낸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138억 년 전 빅뱅의 순간 쿼크와 글루온으로부터 수소가 만들어지고, 수 억 년이 지나고는 수소 원자 사이의 핵융합 반응으로 철을 비롯한 다른 원자들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자들이 지구를 이루고 있다. 약 45억 년 전 만들어진 지구의 모습은 당연히 지금과 같지 않았다. 물도 없었으니 생명도 없었다. 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대기의 산소는 어디서 온 것일까? 이에 관한 과학자들의 대담한 추론과 증거 찾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원자와 무대가 마련되었으니 생명의 역사가 이어져야 한다. 생명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세포막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전물질은 어떤 것부터였을까? 장소는 어디였을까? 세균은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해서 양분을 만들어내는 광합성을 발명해냄으로써 지구를 지금과 같은 길을 걷도록 했다. 그런데 광합성의 부산물인 산소는 지구의 생명체를 학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용케 산소를 이용하는 법을 만들어냈고,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이는 역경까지 겪으면서 생명 진화의 역사를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의문점들이 많다. 어떻게 세포 소기관을 갖는 진핵세포가 등장하게 되었으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어디서 온 것일까? DNA가 유전물질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낸 것이며, 세포들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등등


이 모든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만약 어떤 분야의 전문 과학자가 썼다면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지 못했을 것 같다. 화학을 전공했지만, 오래동안 과학 다큐멘터리를 쓰고, 제작했던 저자이기에 가능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많은 이론과 발견 들을 배우지만, 정작 더 크게 배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과학자들이 놀랄만한 발견과 이론을 주장할 때의 기존 과학계의 반응에 관한 것이다. 과학계가 번뜩이는 직관과 끈질긴 연구, 우연한 행운 등이 넘쳐 흐르는 곳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집착, 불운 등도 함께 하는 곳이라는 것도 짐작할 것이다. 그런데 과학자들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그렇다.


그것은 과학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마찬가지의 편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편향 때문에 새로운 발견과 이론이 바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상을 이 책에서는 숱하게 보여주고 있다. 댄 레빗은 그것을 다음과 같이 여섯 편향으로 정리하고 있다.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현재의 도구로 검출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문가인 나도 지금까지 알아내지 못한 것이 많다는 사실을 잊는다.”

“우리는 기존의 이론과 일치하는 증거만 찾아서 살펴본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는 반드시 옳다.”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이 반드시 옳다.”


우리가 지금 옳다고 여기는 것을 보면, 당연히 그렇다고 여기지만 그것들이 옳다고 받아들여지기까지 바로 위의 여섯 편향에 시달렸다는 것을 이 책의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옳다고 여기는 것 때문에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들이 정말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다른 과학자들의 편향의 희생자이기도 했고,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향에 대한 복종자이기도 했다. 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런 편향을 뚫고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딛은 용감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심장과 피, 그리고 영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