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by ENA
KakaoTalk_20250209_042914052.jpg


스켑틱(skeptic), 즉 회의주의자라는 단어 자체로는 무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런 이들, 혹은 그들의 활동을 조금만 들여보면 이 단어가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가 너무나도 분명해진다. 회의주의, 좀더 정확한 명칭을 얘기하자면 과학적 회의주의는 어떤 주장이 과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 불합리한 것을 거부하고,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므로 이 태도에는 미신과 종교적 환상에 대한 거부를 포함하고, 합리적 증거 없는 음모론에 대한 배격을 포함한다.


현재 과학적 회의주의자들의 근거지는 1997년 마이클 셔머가 창간한 <Skeptic>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바다출판사가 10년 전에 들여온 <스켑틱 코리아>가 있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바로 <스켑틱 코리아> 10주년을 기념해서 엮은 베스트 에세이집이다. 마이클 셔머의 <회의주의 선언>을 비롯해서 “회의주의 생각법”, “회의주의자의 도구들”, “우리에게 무엇이든 믿을 권리는 없다”와 같이 3개의 파트로 나눠서 실은 17편의 글을 회의주의란 무엇이고, 회의주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과학적 회의주의를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이 글들을 잘 알려준다. 우리는 이런 태도를 합리적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을 데이비드 자이글러의 <과학의 ‘잠정성’에 대하여>와 캐럴 태브리스의 <고전적 심리학 연구가 남긴 것들>이다. 왜 이 글들을 흥미있게 읽었는지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면, 내가 회의주의자들의 글을 자주 접해왔기 때문에 기본적인 사항 등에 대해서는 익숙해졌기 때문에 선언이랄지, 비합리성에 대한 비판이랄지, 그런 글들보다는 구체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글이 보다 새롭기 느껴졌을 것 같다. 특히 ‘과학의 잠정성’에 대한 사유를 담은 데이비드 자이글로의 글을 과학의 본성에 대해서, 가치에 대해서 더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글이다. 그리고 고전적 심리학 연구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평가를 담은 캐럴 태브리스의 글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전적 심리학 연구들이 분명 허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통해서 한발짝씩 나아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과학적 연구의 한계와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여기의 글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내용 중에는 우리가 미신이라든지, 비합리적 음모론이라든지, 종교적 허상이라든지 하는 것들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쉬운 길이고, 또 인간의 본성과 맞닿은 면이 있어서 절대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포기해야 할까? 본성이므로 인정하고 말아야 할까? 회의주의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러므로 포기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보다 합리적 방법에 대한 우리의 논거를 벼려야 한다. 이게 이 에세이집에 실린 글들의 주제다.


참고로 제목을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는데, 실제 마이클 셔머가 쓴 말은 데카르트의 말을 뒤집은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최재천 교수의 세상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