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선,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
한국인은 정말로 커피를 좋아한다. 몇 년 전의 통계를 보면 한 해 일인당 평균 40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프랑스인에 이어 세계 2위다. 굳이 이런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거리를 나가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카페를 갈까를 고민하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데가 있나 없나를 고민하지 않는다. 커피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게 1800년대 말이니 겨우 130년, 140년 만에 달성한 어마어마한 커피 사랑이다. 커피가 거의 재배되지도 않는 나라에서 말이다.
진용선의 『커피, 이토록 역사적인 음료』는 우리나라의 커피에 대한 책이고, 우리나라의 커피 문화사를 다룬 책이다. 커피라는 음료가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와 어떤 굴곡을 거치며 향유되었는지를 보여준다. 흔한 커피에 관한 책들이 다루는 커피의 기원, 커피의 확산, 혹은 커피가 가지는 세계사적 의미, 혹은 커피의 종류, 커피를 잘 마시는 방법 등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야말로 우리의 커피 문화사(史)를 거의 연대기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고종이 우리나라에서 커피를 가장 먼저 마신 인물이 아니라, 가장 먼저 향유했던 셀럽이라는 점에서 시작해서, 커피가 조선과 대한제국에서 받아들여지기까지의 과정, 이후 커피라는 신문물을 모던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 과정 등을 이야기한다. 커피가 외래의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는 것이기에 이에 따른 부작용이 없지 않았음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사치라는 지적도 있었고, 다방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을 떼우는 이들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커피의 확산은 막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문인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커피를 사랑했고, 다방을 중심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활동했던 사정도 있었다. 커피와 다방은 그렇게 한국인에게 파고들었다.
해방 이후의 커피에 대한 역사 역시 굴곡이 있었다. 주로는 가격 규제로 인한 갈등이 있었고, 인스턴트커피와 자판기의 등장으로 다방이 침체되자 지방을 중심으로 티켓다방이 등장하면서 퇴폐의 온상이 되었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발명품, 믹스커피의 등장(나도 참 많이 먹었다). 이와 함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특히 스타벅스의 한국 상륙과 함께 대한민국의 커피전문점, 카페의 천국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되짚으면서 진용선은 특히 커피가 가지는 어떤 상징들에 많이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 맛을 즐긴다기보다는 브랜드, 내지는 경험을 중시하는 커피 문화가 생겼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상륙했을 때부터 존재하던 거였다. 커피를 마시는 것을 상류 사회의 상징처럼 여기거나, 모던보이, 모던걸로서의 자격으로 삼는 것, 문학인으로서의 정체성으로 스스로 자위하는 것 등등이 그렇다. 지금도 그렇다.
오늘도 나는 커피를 마신다. 그 커피에 담긴 흥미로운 ‘우리의’ 역사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