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루이스, 『세계 감염 예고』
이 책은 왜 미국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는지(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데이터가 많으니)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 원저가 나온 것은 2021년이니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였다. 아니, 아직 정점도 찍기 전이었다. 그때 이미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은 실패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징후로 알 수 있었다.
팬데믹 예방과 대처에 모두 실패하게 된 여러 이유를 고발하는 책이지만, 표와 그래프는 하나도 없다. 분석하고 있는 책이 아니란 얘기다. 스토리를 통해서 깨닫게 하는 책이란 얘기다. 그것도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다.
여러 주연급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중심은 채러티 딘이라는 보건의다.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인데,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의 이전 작품을 보니 이게 이 작가의 특징적 수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이클 루이스는 바로 『머니볼』의 저자다. 20여 년 전 『머니볼』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느낌이 여전히 떠오른다.
마이클 루이스가 채러티 딘을 비롯하여 카터 미셔, 조 드리시, 그밖의 여러 인물을 통해서 파헤친 것은 결국 미국 관료제의 무능력이었다. 2005년 부시 대통령 시기에 계획된 팬데미 대응책이 정권이 바뀌면서 휴지 조각이 되고, 2020년 초엔 팬데믹의 징후가 농후해짐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못하고(안하고), 어떤 대책을 세우기를 주저하고(거부하고), 결국엔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가 미국 백악관과 보건복지부,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정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 그리고 막대한 피해였다.
우리는 물론, 미국인들도 대부분 몰랐던 일들이 있었다.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짜내고,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이들이 있었다는 것. 그들이 만든 대책과 방안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거나, 반영이 되더라도 너무 늦었다. 그 결과는 대부분이 겪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나왔지만, 그후로도 지속된 팬데믹의 결과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르포의 참신성과 통찰력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방역에 어느 정도나 평가받을 수 있을까? 물론 미국보다는 훨씬 정부의 리더십이 잘 작동했던 것으로 보이고, 국민들은 거기에 잘 협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좋았던 것일까? 잘못된 판단도 있었을 것이고, 더 나은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혹은 조금은 조심스럽게 추진했어야 하는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아마도 거의 분명하게 다시 들이닥칠 앞으로의 감염병에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그 대책은 얼마나 효율적이고, 정교할까?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질문을 많이 던지게 하는 책은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