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라는 물고기

마크 쿨란스키, 『대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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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연과 진화를 인간 활동과 완전 별개인 것으로 간주하고 싶어 한다. 마치 한쪽에는 자연의 세계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인간이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이다. 하지만 인간 역시 자연의 세계에 속해 있다. 만일 인간이 광포한 포식자라면 그 역시 진화의 일부분이다.”


대구(Cod)라는 한 종류의 물고기의 생태와 역사, 현재를 다룬 이 책의 소문을 가끔 들어왔다. 물고기나 생태에 대한 책에서 인용된 것도 읽어봤고, 글쓰기의 전범(典範)처럼 소개되는 것도 접했다. 한 종류의 사물이나 동물을 통해서 세계를 읽는 시도가 이제는 흔해졌지만, 이 책이 나올 때만 해도(1997년) 그러지 않았고, 그래서 이 책은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낸 책이다. 그러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깊게 들여다보며 반성하게 하는 책으로도 진지하게 읽게 되는 책이다. 많은 정보는 물론, 읽는 맛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라는 감탄사를 아깔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이 명성 높고, 거의 고전이 되고 있는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스페인과 프랑스 경계의 피레네 산맥 지역에 사는 민족인) 바스크의 비밀에 관한 내용이다. 그들이 어디에서 대구를 조달하여 부(富)를 일구어가는지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바이킹이 그린란드와 북아메리카의 뉴펀들랜드 지역에 도달한 이후에도 바스크인들은 누구도 모르게 대구를 조달하고 있었고, 콜럼버스의 발견 이후에도 바스크의 비밀은 지켜졌다. 그들은 콜럼버스와 함께 제노바 출신이면서 그보다 조금 늦게 영국의 후원으로 아메리카 대륙을 탐험한 존 캐벗이 바구니로 대구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보고를 할 때에도 자신의 모습을 숨겼다. 그들은 나중에 ‘신대륙’이라고 불리게 된 곳에서 이미 대구를 잡아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밖에도 대구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캐나다, 미국을 비롯해서 많은 국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주었던 물고기였다. 우리나라에서 명태라고 불리는 물고기는 바로 ‘왕눈폴락대구’로 대구의 일종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우리가 이 명태에 신경쓰고 있는 것 이상으로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국가들이 신경을 썼다. 이른바 영국과 아이슬란드가 ‘대구 전쟁’이라는 것을 세 차례나 벌였을 정도로.


19세기 스미스 호먼스 부자는 한 책에서 (레이우엔훅의 발견을 인용하며) 대구 한 마리가 900만 개가 넘는 알을 낳기 때문에 인간이 대구를 절대 전멸시킬 수 없다고 했다. 헉슬리도 대구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이 대구가 사라지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1997년 이미 대구에 대한 어업 제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었다. 쿨란스키는 “캐벗의 선원들이 바구니로 대구를 퍼 올렸다는 보고가 있었던 때로부터 500주년을 겨우 3년 앞둔 상황에서, 이 모두가 끝나버렸다. 어민이 그 많았던 물고기를 모두 잡아버린 것이다.”라며 아쉬워하고 개탄하고 있다. 대구로 생계를 유지했던 어민들은 실업급여로 생계를 이어가고, 대구로 번성했던 항구는 쇠락의 길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대구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때가 되어 대구를 잡을 어민들이 없을까 걱정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나온지로부터도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대구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우리가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쓰고 있듯이 그 자리를 다른 무엇이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세상은 괜찮은 것일까?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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