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린 넬슨, 『똥』
나는 오늘도 똥을 누었다. 나는 내 몸에서 나온 그것을 최대한 외면하며 레버를 내렸고, 세찬 물줄기와 함께 그것은 사라졌다. 사라진 똥은 어디로 가는지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그런 내 행위에 어떤 느낌도 갖지 않는다. 말하자면 어떤 우월감도, 어떤 승리감도, 어떤 죄책감도, 어떤 책임감도 갖지 않는다는 얘기다.
브린 넬슨의 『똥』은 (당연하지만) 그런 똥에 관한, 똥을 둘러싼 이야기다. 원제는 <FLUSH>다. 원래 원제가 더 노골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반대로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이 훨씬 노골적이다.
책을 읽기 전에 대충 기대랄까,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상이 되는 책들이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예상한 것은 똥의 성분, 똥에 관한 문화, 똥의 이용과 같은 것이었다. 똥의 이용에 대해서는 거름만이 아니라 분변이식술(FMT)과 같은 것이 다뤄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내용만으로 600쪽이 넘는 분량을 채운다고?
내가 예상한 내용들은 거의 담겨져 있다. 다만 똥에 관한 세계 각지의 문화적 반응과 같은 것이 좀 빈약한 느낌이 들지만, 마이크로바이옴에 기초한 분변이식실과 같은 경우는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생생한 예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 것 말고도 이 책의 분량을 채우는 것은 똥에 관한 이용인데, 다소, 아니 상당히 확장된 내용이다. 하수도와 같은 데를 조사해서 바이러스를 추적하는 기술, 분변을 이용한 작물 재배는 물론 물의 정화와 같은 내용 등이다. 읽다보면 이게 똥에 관한 내용인가 싶은 것으로 흘러가는 것을 종종 느끼기도 한다. 사실 순수하게(?) 똥만 가지고 600쪽을 채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고 간단하다. 똥은 쓸모가 많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배출되는 이 물건을 무시하는 것은 낭비다. 이것을 재활용해서 작물을 재배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쓰임새이고, 클로스트로이데스 디피실과 같은 세균에 감염되었을 때 치료 방법으로 쓰이는 분변이식술이라든가, 그밖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는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그것 말고도 똥은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고, 정말 많은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다만 문화적으로 우리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이런 책이 그런 우리의 편견을 걷어내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우선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