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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의 멸망은 기후적 실패

티모시 브룩, 『몰락의 대가』

by ENA Mar 03. 2025


“중국을 사로잡은 것은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 기후적 실패였다.” (242쪽)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위와 같을 것이다. 여기서 ‘중국’은 ‘명나라’를 의미한다. 역사가 티모시 브룩은 명나라 말기의 혼란은 다름 아닌 기후 위기, 즉 춥고 건조해진 날씨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입증하고자 한다. 

 

천치더(陳其德)은 양쯔강 삼각주에 있는 퉁샹이라는 향촌에서 교육받은 중산층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1570년경에 태어난 그는 1641년과 1642년 두 차례에 걸쳐 회고록을 썼다. 과거에 몇 차례 낙방하고, 결국엔 향촌의 교육자로 남은 한 인물이 남긴 작은 회고록은 보존되어 명나라 말기의 사회상을 엿보는 자료를 남겨주었다. 티모시 브룩은 보존된 회고록이 아니었으면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을 한 노인의 기록을 토대로, 해설을 보태가며 명나마 말기의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하고 있다. 

 

구체적인 물가의 변동 상황은 어찌보면 따라가는 게 쉽지 않지만, 요점만은 분명하다. 명나라 말기는 천치더 노인이 어렸을 적에 비교해 지나치게 물가 수준이 높아져 품위 있게 살아가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다. 명나라는 천치더가 기록을 남기고 두 해가 지나기 전에(1644년) 멸망했다. 명나라 말기가 말도 못하게 살기가 어렵고 혼란스러웠다는 것을 천치더의 회고록은 잘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천치더는 그런 혼란(즉, 기후의 변덕으로 인한 잦고 규모가 컸던 자연재해)의 원인을 하늘에서 찾았고, 그것을 불러온 인간의 잘못에서 찾았지만 말이다. 

 

티모시 브룩은 몇 챕터에 걸쳐 명나라 말기의 물가 폭등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객관적으로 수량화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물가의 변동이 당시의 화례 수량의 변화(은의 대량 유입) 때문이 아니라는 것 등을 입증한 후에야 비로소 기후 얘기를 시작하고 있다. 

 

명나라가 극도의 혼란에 접어들고 결국 멸망에 이른 1640년대 초반은 소빙하기(Little Ice Age)라고 하는 전 지구적 기온 하락의 시기였다. 소방하기는 14세기부터 시작되었지만, 1630년대 말부터 ‘마운더 극소기(Maunder Minumum)’에 접어들어 더욱 추운 지구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전의 기후 변동에 따른 식량 생산의 차질에 어느 정도 잘 대응했던 명나라는 이 시기에 접어들면서는 정부의 대응이 작동 불능 상태에 이르렀고, 그래서 몰락에 이르렀다는 것이 저자의 추론이다. 

 

이러한 시각은 최근 들어 더욱 불붙고 있는 기후의 변화와 역사의 연관을 다루는 흐름과 정확히 맥락을 함께 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통해서 기후의 변화를 전 지구적인 역사 흐름의 변화를 연관시키는 대신, 한 국가의, 한 시대를 통해서 그런 영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것이 다른 점이긴 하다. 이러한 접근과 서술 방식은 다소 학문적인데, 이러한 연구들이 쌓여서 기후가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고,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교훈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읽으면서 들었던 한 가지 의문이 있다. 1640년대 명나라의 멸망이 당시 기후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이해가 되고, 원래 북쪽의 민족이라 추위에 보다 적응이 되었던 여진족(청나라)이 상대적으로 흥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그런 변화가 다른 나라에서는 보이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명나라만의 어떤 조건이 기후 변화에 대응 실패를 가져왔는지가 해명되어야 보다 더 명확한 설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직은 불완전한 연구라고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저자도, 옮긴이도 ‘가능한 것이 한계’ 속에서 이루어진 연구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책이 토대가 되어 보다 진전된 연구를 기대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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