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란 란가나스, 《기억한다는 착각》
기억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면 거의 왜 자꾸 잊는지, 그러니까 기억의 불완전성에 대해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억력을 좋은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혹 나이라도 좀 있으면 가끔 무언가를 잊게 되면 이게 치매의 전조는 아닌지 걱정하곤 한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 교수인 차란 란가나스는 “왜 자꾸 잊어버리는가?”가 아니라 “왜 기억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의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 인간은 그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우리가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른 동물도 그런 일을 하긴 한다). 그런데 우리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무언가를 잊는 것은 물론이고, 있었던 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왜곡해서 기억하는(아니,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많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기억에 관한 책이다(다만 우리말 제목대로 기억하는 것이 착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어떻게 더 잘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원리로 기억되는 것인지, 그리고 기억이 감정이나 느낌과 같은 것들과 관련을 맺는 이유를 과거의 연구에서부터 최신의 연구(자신의 팀이 수행한 연구를 포함해서)를 통해서 살펴보고 있다.
물론 이런 원리는 어떻게 하면 기억을 더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도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을 더 잘 하는 법을 익히는 것보다는 그렇게 기억하거나, 혹은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을 통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래서 기억과 학습이 정확히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기억이 인간 관계를 통해서 나아지거나, 반대로 훼손되는 경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러 내용이 흥미롭지만(이미 기억과 상상력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블로그에 짧게 쓰기도 했다), 두 가지만 언급하면 이런 것들이다.
하나는 기억이란 것이 미래를 위한 것이란 얘기다. 이는 매우 시사적이다. 우리의 과거는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란 얘기이고, 또 그것을 기억하는 가치는 바로 미래라는 얘기니까 그렇다. 그래서 또한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려 하지 않고, 재구축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복잡하게 연결된 신경망”이 “과거의 가닥들과 현재의 경험을 모아 미래라는 태피스트리를”를 짠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기시감’에 관한 것이다. 프랑스어로 데자뷔(déjà vu)라고 하는 것인데, 이에 관해서는 착각이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척이나 심오한 듯이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저자는 과학에서 이는 이미 거의 해결된 문제처럼 이야기한다. 즉 측두엽, 그 중에서도 주변후피질(perirhinal cortex)이 자극되면 낯익은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이것이 해마가 관장하는(지탱하는?) 일화기억과 구분되는 것이라는 것도 밝혀졌다고 한다. 그러니까 기억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얘기다.
기억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할 필요는 있지만, 진화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있다. 있는 그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탄할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