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을, 이 우정을, 이 복수심을 이해할 수 있을까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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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책들의 묘지‘

책이 잊히는 것은 비극이다. 그것들의 묘지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그 묘지에서 건져올린 책 한 권.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 이제 곧 열한 살이 될 다니엘의 인생은 거기서 시작된다.


‘잿빛 나날’

10대 소년의 연정은 언제나 좌절이다. 그 좌절을 딛고서야 비로소 청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때의 좌절된 사랑으로 평생의 복수심을 품게 되는 이가 있다. 그것 자체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게 다른 종류의 좌절과 엮이면 그럴 수도 있다.


‘별 볼일 없는 일’

훌리안 카락스의 소설, 클라라에 대한 실연, 이사크 아저씨의 딸 누리아 몽포르트, 페르민과의 만남, 불에 탄 얼굴의 사나이 쿠베르. 모두 스쳐가듯 지나가지면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별 볼일 없는 일이라 여겨졌던 일들은 모두 중요한 일이었다.


‘대단한 인물’

페르민은 다니엘의 친구이자 멘토가 된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그리고 훌리안 카락스의 사진. 거기서 다니엘은 ‘다가오는 화염’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림자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 동경의 도시가 그림자로 가득한 도시로 표현하다니. 다니엘과 페르민은 훌리안 카락스의 비밀을 찾아 도시를 누빈다. 조금씩 다가갔다 싶으면 미스터리 같은 상황에 빠지고, 그게 위험한 일이라는 것도 직감한다. 왜 위험한 일일까? 이 일에 엮인 이들이 모두 한 학교에 다녔다는 것. 그리고 한 소녀를 둘러싼 일이라는 것. 그래서 이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면서, 우정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복수에 관한 이야기가 되어 간다.


‘누리아 몽포르트_망령들에 대한 기억’

이 이야기의 비밀을 드러내줄 이가 누리아 몽포르트라는 것은 의외다. 적어도 ‘별 볼일 없는 일’에 등장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리고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만 해도 그렇다. 그녀의 죽음. 죽기 전에 남긴 기록. 이 기록에 수십 년에 걸친 비밀이 담겨 있다. 중첩된 사랑, 혹은 집착. 그것들이 낳은 비극들과 오해. 훌리안 카락스는 살아 있었다. 그가 사랑했던 페넬로페는 죽었다. 그러나 훌리안은 몰랐다. 그리고 알게 된 순간 그는 자신이 쓴 소설들을 저주한다. 그리고 소설 속의 악마 쿠베르가 된다.


‘바람의 그림자’

다니엘의 사랑을 잊었었다. 훌리안과 다니엘은 여러 가닥으로 엮여 있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바람의 그림자>라는 소설.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썼다는(정말 그럴까) 만년필. 푸메로와의 대결.


이후의 일들은 부록과 같다.


이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이런 사랑이 있을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이런 우정은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지만 우정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여겨진다. 그렇다면 이런 질투와 복수는? 한 인간의 감정이 비틀어져버리면 그럴 수 있을까? 소설이므로 꾸며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소설이기에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소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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