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두니스트, 《고전 리뷰툰, 냉정과 열정 (열정편)》
이 책보다 최근에 나왔지만 먼저 읽은 ‘냉정편’에 소개된 여덟 편의 고전 중에 내가 읽은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부끄럽게도... 다 들어본 작품이었지만 그랬다.
그런데 리뷰툰을 읽으면서는 놀랍게도 마치 그 고전 작품들에 빠져 들어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읽어야겠다는 열망이 다른 어떤 고전 소개글을 읽을 때보다도 용솟음쳤다. 그래서 이미 몇 작품을 내 책상 안쪽에 대령시켜놓고 있는 상황이다.
‘열정편’은 또 다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작품들이 있다.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시리즈나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가 그렇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축약된 책과 원저는 다르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져가며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볼 수 있고, 원저는 또 어떤 무게감이, 혹은 어떤 퇴폐미가 있는지도 상상해보게 된다.
최근에 읽은 작품도 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같은 작품이다. 이런 경우는 내가 읽은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나는 이 소설들을 최근에 읽었지만, 모종의 측면에 더 집중해서 읽었기 때문에 내가 놓친 것들을 여기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물론 내가 집중해서 읽고 찾아낸 것은 이 책에서 거의 소개하고 있지 않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나 빅토르 위고의 《웃는 남자》는 또 다른 경우다. 나는 이 위대한 소설가들의 주요 작품을 읽었다. 특히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아닌 《웃는 남자》를 소개하는 것은 조금은 의아하기도 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재미있기도 하다. 위고는 《웃는 남자》를 가장 아꼈다고 하니. 또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가장 이해하기 힘든 소설이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나 가스통 르두의 《오페라의 유령》은 읽지 않았지만 읽지 않은 이유가 또 다르다. 하나는 작가의 정치 성향에 대한 심한 반감으로, 또 하나는 이미 다른 매체로 접했다는 이유로.
아무튼 이런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나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건 간에 여기의 리뷰툰은 무척이나 새롭다. 내가 상상했던 장면들과 비교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또 그런 상상이 키두니스트가 그린 장면과 거의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어쩌면 나는 상상을 거의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장면을 선명히 떠올리는 것도 이를테면 능력 같은 건데, 나는 그런 능력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이 리뷰툰을 읽고 보는 것이 무척 즐겁고, 또 유익하다. 다른 이가 어떻게 읽었는지를 아는 것을 넘어서, 다른 이는 소설을 어떻게 떠올리고 있는지를 구경하고 즐기는 셈이다.
분석도 수준급이다.
분석이 수준급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중에 하나는 위고와 디킨스를 비교하는 데서도 볼 수 있다. 둘 다 만연체의 대가이면서,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였지만 달랐다는 건데, 이렇게 비교하고 있다.
또한 작품의 특징을 요약하고, 인물의 됨됨이와 성격 등을 보여주는 것들이 개인적이면서도 매우 설득력이 있다. 전부를 이야기하지 않는 세심함을 보여준다. 그래서 앞으로 읽을 이 작품들에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또 어느 정도는 내용을 익히게도 한다.
사실 우연하게 《드라큘라》를 다 읽자마자 휴대폰에 페이스북 알림이 왔다. 바로 박균호 선생이 한겨레에 바로 《드라큘라》에 대한 글을 썼다는 알림이었다. 이런 우연이! 그리고 댓글로 몇 차례 대화를 나누다보니 박균호 선생이 키두니스트 작가를 출판사에 소개했다는 거였다. 이런 고마울 데가!
고전에 관한 리뷰를 만화로 한다고 좀 수준 낮게 보는 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 그게 완전 착각이라는 걸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