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혜, 《씻는다는 것의 역사》
‘씻는다는 것’ 하나를 가지고 참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의 모든 것, 우리 삶의 모든 역사가 이야기가 된다. 그걸 흥미롭게 엮어내는 것이 문제일 뿐.
역시 우리 목욕의 역사, 특히 현대의 목욕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 깊다.
그중에서도, 어쩌면 에피소드처럼 끼워 넣은 얘기, 서울과 경상도의 목욕탕 굴뚝을 비교한 내용이 제일 흥미롭다. 경상도의 목욕탕 굴뚝은 유난히 높고, 서울의 굴뚝이 네모인데 반해 경상도의 굴뚝은 둥그렇단다.
그 이유를 저자는 경상도의 도시의 지형과 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 석탄을 때던 시절 유독한 연기를 배출하기 때문에 굴뚝이 필요했는데, 경상도와 부산은 바다로 이어지는 산기슭에 도시가 지어졌기 때문에 바다에서 밀고오는 대기가 산에 부딪혀 도시에 그대로 고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서 굴뚝을 높이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울 등에서는 벽돌로 굴뚝을 세울 수 있었지만, 벽돌로는 높이 올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서 둥글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형의 차이가 사람살이의 모습을 바꾸었고, 그것이 목욕탕 굴뚝의 형태도 달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 일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 목욕탕을 다니던 때를 많이 생각했다. 매일 샤워를 하지 않아도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시절이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 걸 생각해보면 습관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낀다. 또 지금은 성인 중에도 태어나서 한번도 대중목욕탕을 가보지 못한 이들이 있는 시대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로마 시대 대중목욕탕이 성행하다, 기독교가 발흥하면서 사라졌다, 다시 등장하곤 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다시 그런 문화가 생겨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