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 노스, 《완벽한 배신》
테스. 비행기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가족도, 친구와의 접촉도 끊은 채 살아가는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일곱 살 난 아들 제이미 뿐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있는 그녀에게 다가온 한 여인이 있다. 사별상담전문가, 셸리. 테스는 점점 그녀에게 의지한다. 그 와중에 남편의 형이 찾아와서 빌려간 돈을 요구하고, 정체모를 전화가 오고, 누군가 그녀의 집을 배회하고 위협한다. 마냥 살가웠고, 의지할 수 있었던 셸리도 의심스럽다. 암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셸리가 제이미를 빼앗아가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은 대부분 테스가 죽은 남편을 상대로 한 대화와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부터 심상찮다. 죽은 남편과의 대화라니. 그녀는 모두를 믿을 수 없으며, 멀어져 가는 아들과의 관계는 더욱 가슴 아프다. 아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삶은 정녕 가능하지 않은 것인가. 그럴수록 집착은 심해지고, 셸리와 남편의 형 이안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 간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 곁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이미 그런 경험을 했던 이들도 많은 것이다). 잠시 그 상상을 하다가 몸서리쳐지며 상상 자체가 금도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으로 바로 고개를 젓는다.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고, 혹은 살아가더라도 너무나도 다른 세상일 것 같다. 나의 존재는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말은 잔혹하다. 잔혹? 잔혹하다면 피가 튀기는 그런 현장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의 잔혹은 그런 잔혹이 아니다. 마음이 완벽히 파괴된 상황,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 인간성 자체가 왜곡되어 버린 이 상황을 잔혹하지 않다고 하면 무엇을 잔혹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내내 조바심 내다 끝내는 마음이 서늘해졌다. 결국 언젠가는 테스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