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엥겔스타인, 《우주를 만드는 16가지 방법》
‘우주’에 대해서만 얘기하는 줄 알았더니 아니다.
따지고 보면, 생명도 우주의 한 부분이고, 진화도 발생도 우주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화학 반응이라고 다를 리 없고, 복잡계나 프랙털 같은 수학도 모두 우주의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우주의 범위가 너무 좁았고, 오해했던 거다.
그런 우주에 관해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저자가 꺼내 든 비장의 무기는 쿠키다. 우주 어느 것에도 과학이 담겨져 있으니 무엇을 들고나와도 되긴 할 터이다. 그래도 쿠키라니…. 쿠키는 과학의 대상이기도 하고, 도구이기도 하고, 때로는 비유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쿠키에서 암흑물질, 핵융합, 양자역학, 쿼크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리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바로 그 쿠키에서 그런 어마어마한 개념들이 나오고, 다시 쿠키를 만드는 데 적용된다.
물론 진화, 유전공학, 배아 발달 등과 같은 생명과학의 개념과 현상을 설명하는 데 동원되는 쿠키는 모델 내지는 비유다. 그래서 다른 분야들과는 방식이 좀 다르긴 하다. 그래서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 혹은 억지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드시 쿠키가 아니라도, 아니 그냥 바로 개념으로 들어갔을 때가 더 선명하게 이해되는 경우가 있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일상이 과학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무리한 비유를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자제하자는 입장이다. 이해가 어려운 것, 혹은 꼭 들어맞는 경우에야 어쩔 수 없고, 또 도움이 되겠지만, 일관되게 비유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더 개념을 더 어렵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잘못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아, 이 책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과학을 쉽게 설명하겠다는 일념 하에서만 좀 억지스런 설정을 둔 책들이 생각나서 그러는 것이니. 이 책을 비판하기에는, 내용이 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