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와 나눈 우주, 우주생물학에 관한 생각들

찰스 S. 코켈, 《어느 날 택시에서 우주가 말을 걸었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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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코켈은 우주생물학자다.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연구하는 과학자라는 얘기다. 어떻게 보면 뜬구름 잡는 일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정말 흥미로운 주제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일을 하는 과학자가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한데, 실은 적지 않은 과학자가 이와 관련한 일을 한다.


여기서 ‘이와 관련한 일’이라는 것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이기도 한데, 우주에서의 생명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의 생명 탄생과 진화를 연구해야 하고,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조건을 위한 천문학도 연구해야 하고,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인과의 의사 소통을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연구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이 열여덟 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또 각 챕터마다 질문이 다르다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


모든 챕터는 서로 다른 장소와 상황에서 만난 택시 기사와의 대화에서 시작하고 있다. 택시 기사? 특이한 것 같지만, 이것도 생각해보면 매우 합당한 선택이다. 택시 기사야말로 대화를 즐기는 이들이 아닌가? 물론 그렇지 않은 택시 기사도 적지는 않지만, 우리의 대체적인 경험은 택시 기사들은 말 걸기를 좋아하고, 이러저런 것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들이 “우리 문명의 집단 사고와 연결”되어 있다고까지 하고 있는데, 그런 평가가 좀 과해보이긴 하지만 어떤 대화든 나누기 좋은 집단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또 그들의 사고가 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수준에 매우 근접할 거란 기대를 갖게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택시 기사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도 있고, 저자가 먼저 말을 거는 경우도 있다. 저자는 어떻게든 자신의 주제로 택시 기사를 유인해낸다(이런 점들은 나와는 매우 다른 점이다. 택시 탈 일도 적지만, 택시를 타면 대체로 침묵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게 나이니까). 그는 외계인의 존재 여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도 하고, 외계인이 있으면, 혹은 없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묻기도 한다. 우주선을 타고 나가고 싶은지도 묻고, 화성에 살 수 있다면 과연 살기를 원하는지를 묻기도 한다. 만약에 화성에 지구의 인간이 이주한다면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일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 원시 지구의 대기 상태에 대해, 산소의 발생에 대해, 생명체의 진화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물론 책의 내용은 모두 택시 기사와 나눈 대화 내용은 아닐 것이다. 기껏해야 몇 십 분의 대화에 이런 깊은 과학적 연구와 사유를 담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대화를 화두를 삼아 저자는 이야기를 길게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택시 기사와의 대화는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주와 생명에 대한 생각을 나타내는 것이고, 저자는 그런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가 아니라 그런 생각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런 생각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저자는 우주에 생명이 존재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과학자이고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결국은 이 지구의 생명에 관한 이야기에서 출발하고 있고, 또 거기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결국은 우주생물학 연구에 필요에 대해서도 몇 차례 옹호하고, 설득하고 있다. 쉽게 연구비를 받아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우주 생명에 대한 연구가 인간의 호기심을 채우는 연구라 할지라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연구계획서에 그렇게만 적었다가는 연구비를 받을 가능성은 ‘제로’로 수렴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곳, 우리의 문제와 관련지어야만 하는 것이다. 또 그런 면이 있기도 하고.


우주생물학에 대한 꽤 깊이 있는 논리와 사유를 담은 책이면서, 책 쓰기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 자신 분야를 확장시켜 나가는 솜씨, 그리고 설득력 있는 논리도 함께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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