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렙 에버레트(케일럽 에버렛), 《숫자는 어떻게 인류를 변화시켰을까?》
《언어가 세계를 감각하는 법》을 읽으면서 케일럽 에버렛의 저서가 한 권 더 번역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칼렙 에버레트’라는 이름으로). 인류학자, 언어학자가 숫자에 대해서 이야기한 게 흥미를 끌었다.
수학자가 쓴 책처럼 인류학자, 언어학자가 쓴 숫자 이야기도 숫자가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수(number)라는 것을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롭고, 중심이 되는 내용은 그 수를 표시하는 방법, 즉 언어 숫자(verbal number), 표기 숫자(written number)에 관한 것들이다. 수를 인식하는 것과 그 수를 표시하고 부르는 것의 관계다.
저자는 수 자체를 인식하는 것을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 보편적인 것이라고 본다. 적어도 1, 2, 3까지. 이는 어린 아기에 대한 실험, 동물에 대한 관찰 등에서 얻어진 발견이다. 그런데 그다음은 다르다. 4를 넘어서는 수를 인식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표시하는 것은 분명히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 발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인간의 손, 손가락이라고 파악한다.
완전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손을 인류는 수 체계에 이용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바로 그래서 5, 10을 기준으로 3을 넘어서는 수 체계를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4는 5에서 하나 부족한 것이고, 6은 5에서 하나 더한 것이다,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5라는 수, 10이라는 수를 발견하고 이용한 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분짓는 질적 도약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약하면서 만들어낸 언어적 숫자는 인간이 생존하고 생각을 전달하는 데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최초의 문자 기록이 가축의 숫자를 세고, 세금을 기록하는 등의 것이었다는 것만 보아도 문자가 숫자 언어에 의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후로 구체화된 언어와 문화적 상징으로서 수량을 나타내는 숫자는 신경생물학적 기반을 뛰어넘어 각 문화마다, 언어마다 다양성을 보이며 발달하게 되었다.
숫자는 인간의 경험을 재구성하면서 인류라는 종의 성공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