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의 연구들, 웃기기만 한 거 아닙니다

이창욱, 《웃기려고 한 과학 아닙니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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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그노벨상(IgNobel Prize)'이란 게 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다. 노벨상을 패러디해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의 마크 에이브러햄스가 1991년 처음 만든 이 상은 "다시 할 수도 없고 다시 해서도 안 되는 업적"에 대해 주어진다고 되어 있다. 그래서 웃긴 연구, 어처구니없는 연구, 'B급 연구' 등에 주어지는 상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은 상당히 의미 있는 연구, 한번 더 생각해보면 결코 웃기지만은 않고,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연구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상의 수상자들은 대부분 이 상의 수상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한 푼의 상금도 없는 이 상의 수상을 위해 하버드대 샌더스극장로 달려가 유쾌하게 시상식을 즐긴다.


<과학동아>의 이창욱 기자는 이그노벨상에 대한 기사를 쓰고, 이것을 모아 수정해서 책을 냈다. 사실 이그노벨상에 관한 책은 꽤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창욱 기자가 쓴 이그노벨상은 좀 달리 읽힌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이그노벨상에 대한 책들이 기발함이나 즐거움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은 반대로 진지함에, 연구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몇 가지 연구를 주제별로 모아 보다 이그노벨상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여기에 소개한 이그노벨상을 받은 연구들은 기발하고 재미있다. 왜 이런 연구를? 이런 생각이 드는 연구들도 많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웜뱃이 싸는 똥이 왜 정육각형 모양인지, 어떻게 하면 감자칩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벌에 몸의 어느 부분에 쏘였을 때 가장 아픈지, 욕설을 하면 고통이 덜해지는지와 같은 연구들은 처음 들으면 이런 것도 진지한 연구가 될까 싶지만, 그 의미를 곱씹어보면 절대 웃기려고 한 연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웜뱃의 똥에 관한 연구는 생체유체역학의 중요한 지점을 건드리고 있고, 감자칩을 먹을 때 소리가 중요하다는 연구는 이미 그 저자가 그에 관한 책을 썼고, 또 많은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연구다. 또한 욕설과 고통의 관계에 대한 연구도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이 어느 하나 의미없는 게 없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고양이가 액체인지, 고체인지가 왜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연구하면 생체 구조에 대한, 보다 면밀한 파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공을 위해 운과 재능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는, 즉 '피터의 법칙'에 대한 연구는 기업과 같은 조직을 운용하는 데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건강을 체크해주는 스마트변기라든 가, 점균을 이용한 전철 노선 설계 연구도 역시 그냥 웃기기만 한 연구가 아니다. 게다가 전자석에 물을 쏟아부었다가 둥둥 떠있는 물방울을 발견해서, 이를 확장해 공중부양 개구리를 보여줌으로써 이그노벨상을 받은 안드레 가임이 10년 후 그래핀 발견으로 진짜 노벨상을 받은 얘기는 이그노벨상과 노벨상 사이의 간극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는 것도 보여준다. 안드레 가임이 그래핀을 발견한 과정은 바로 그가 이그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발견과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동일한 연구 정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도 여섯 명이나 이그노벨상을 받았다고 한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움츠려들거나, 분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게 매년 이어지는데, 그나마 여섯 명이나 이그노벨상을 받았다니 위안을 삼아야 할지, 아니면 헛웃음을 지어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지만, 이그노벨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창의성이란 점에서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상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런 창의성에 대해 자연히 따라오는 게 상이란 점도 명심해야 한다. 이그노벨상 수상자도 많아지고, 그런 창의적이고 기발한 연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면 자연히 우리나라에서 도 바라마지 이 않는 ‘그’ 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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