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지혜‘라고 하니, 그냥 좋은 말들만 늘어놓은 처세 관련 책처럼 여겨지지만, 이 책은 굳이 분류하면 과학 교양 쪽이다. 저자부터 오랫동안 노인정신의학을 진료하고 연구해 왔다. 그리고 이 책의 전제 자체가 지혜란 생물학적 기반, 특히 신경과학적 특성으로 해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뇌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3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1부에서는 지혜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지혜란 한 마디로 정의내리기는 쉽지 않은 생물학적 특성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이 있으며, 이를 측정할 수 있다고 본다. 2부에서는 바로 그 지혜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 하나씩 밝히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저자 자신을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가 저자의 논거를 입증하고 있다. 가장 과학 교양 서적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다음은 지혜를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야 한다. 그게 바로 3부다.
저자는 지혜를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고차원적인 인지적, 정서적 발달의 한 형태이며, 측정, 습득,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는 얘기는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경향성을 의미하는데,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지혜롭지 않은 사람도 많으며, 젊으면서도 지혜로운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지혜로워질 수 있는데, 그것은 ’습득‘이라는 단어에 표현된다. 그리고 ’측정과 관찰‘은 이 분야가 연구의 한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저자의 연구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밝히고 있는 지혜의 구성 요소는 다음과 같다. 친사회적 태도와 행동,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 결단력과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균형, 숙고와 자기이해, 사회적 의사결정과 인생의 실용지식, 그리고 영성이다. 사실 다른 것들은 잘 이해가 되고, 또 신경과학적으로, 여러 경험과 관찰로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혜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에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갸우뚱거려지는 게 바로 ’영성‘이다. 저자는 영성이 ’종교성‘과는 다른 것이며, 종교성을 포함하는 보다 개인적인 것이라고 해명하고는 있다. 그것도 여러 차례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척이나 조심스러운 것 같다. 그래도 그가 언급하고 있는 여러 연구 사례들을 보면 분명 종교성에 초점을 맞춘 것들이 대부분이다. 말하자면 영성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종교성과 구분짓고 싶어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종교를 가져야 지혜로워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역시 저자는 종교가 없더라도 영성은 지닐 수 있다고 하지만, 거기서 영성이란 무척이나 종교적 색채를 많이 띠고 있다. 상당히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지혜를 분석하던 저자가 이 부분에 와서는 헤매고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지혜로워질 것인가? 하는 실천적 조언일 것이다. 사실 별 것은 없다. 다른 데서 다 하는 얘기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분명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자기에 대해 객관적으로 숙고하는 훈련을 하는 것, 특히 글쓰기와 명상을 강조한다. 토론을 즐기고, 혼자만의 시간도 가져야 한다 등등. 그런데 나는 딱 한 가지 어구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바로 미국 최대의 보험사기 조사업체 공동 창립자인 팀 파고가 했다는 말이다. ”지능은 정답을 아는 것이고, 지혜는 그 정답을 언제 말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일단 정답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에 그것을 언제 말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