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필드의 《연필의 힘》과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이나 모두 많은 연필의 색깔이 노란색이라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비슷하기도 하지만 좀 다른 설명이다. 비교해본다.
당연히 가이 필드는 단정적이다.
“왜 유독 노란색 연필이 많은 궁금했던 적 있는가? 어둠 속에서 눈에 잘 띄기 때문이 아니다. 19세기에 가장 품질 좋은 흑연은 중국에서 생산되었다. 미국의 연필 제조사들은 자사의 연필에 중국산 흑연이 들어 있다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했다. 중국에서 노란색은 왕족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그래서 미국의 연필 회사들은 자사의 연필을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 고급스러운 느낌과 함께 중국이 연상되도록 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팔리는 연필의 75퍼센트는 노란색이다.”
- 《연필의 힘》 (117쪽)
1980년대 말에 쓴 헨리 페트로스키의 《연필》에서도 “오늘날에는 품질에 상관없이 4자루 중 3자루는 노란 연필이다.”라고 노란색 연필이 대세라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된 데에 대해 그는 매우 조심스럽고 정설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가장 품질 좋은 흑연이 중국산이었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정보다. 당시 가장 좋은 흑연은 시베리아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시베리아산 흑연은 노란색 페인트를 칠한 코이누르 연필의 성공과 함께 업계의 간판 재료로 부상했으며, 코이누르 연필은 나중에 ‘원조 노란 연필(Original Yellow Pencil)’이라는 문구로 선정되었다.” (274쪽)
그러나 의도는 가이 필드가 쓴 것과 거의 유사했다.
“이렇게 시베리아산 흑연의 주가가 올라가자 연필업체들은 자기들 제품도 ‘동양’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에게 은근히 보여줌으로써 당시 최고 품질의 흑연을 썼다는 인상을 주려했다. 그래서 연필에 몽골(Mongol)이나 미카도(Mikado) 같은 동양적인 이름을 붙였다. 질 나쁜 목재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자루에 노란색을 칠했던 19세기 초 케즈윅의 일부 연필업체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 말의 연필업체들도 나쁜 품질의 연필에 마치 코이누르 연필처럼 품질이 좋다는 인상을 주고자 노란색을 칠했다.”
그러나 그 이유야 어쨌든 결국은 소비자들의 경우 그런 이유를 생각하기 전에 일단 노란 연필, 즉 코이누르 연필이 ‘가장 연필다운 연필’이라는 생각을 굳히고 있었고, 다른 색의 연필은 품질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헨리 페트로스키는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