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자는 현대의 연금술사

최정모, 《알-케미아》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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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긍정적인 것이 별로 없다. 과학 이전의 무지몽매했던 허황된 시도라 여기고, 사이비라든가, 마법 같은 단어가 함께 연상된다. 연금술이 현대 화학으로 연결된다는 얘기는, 그것의 성과를 강조하는 말이 아니라 그것의 한계를 돋보이게 하는 말로 생각한다. 이를테면 뉴턴이 연금술에 심취했었다는 언급은, 그토록 위대한 과학자가 빠져들었던 사술(邪術)에 관한 얘기로 아직 완전히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기 전의 과도기와 같은 시기를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연금술은 극복의 대상이지 계승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연금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제목부터 그렇다. 분명 화학을 이야기하는 책임에도 연금술을 의미하는 ‘알케미아(alchemia)’. 최정모 교수는 과학 혁명 이후인 17세기까지도 연금술과 화학이 구분되지 않았다며, 화학은 연금술을 극복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연속선상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런 제목을 지었다.


그래서 본 내용이 300쪽이 좀 못 되는 책에서 100쪽 가량은 연금술의 역사를 되짚고 있기도 하다. 기존의 화학의 역사를 다룬 책(교양과학서적)에서 읽은 연금술의 역사는 매우 소략해서 구체적인 인물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 기억나는 이름은 이븐 시나나 파라켈수스 정도인데,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연금술의 역사에도 계보가 있고, 계승과 극복의 역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현대 화학이 이 연금술을 극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승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즉, 현대 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보일을 보더라도 그에게서 연금술을 끊어내어 새로운 학문을 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대로 연금술사의 면모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뉴턴 역시 마찬가지다. 몰래 연금술을 수행하고, 그것을 자신이 하는 학문과 다른 분야의 것이라고 여긴 것이 아니라 학문 탐구의 일환으로 여겼다.


물론 현대 화학은 연금술을 극복한 게 맞다. 라부아지에 등에 의해 단기간에 이룩한 화학 혁명은 분명 연금술의 목적을 부정했고,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했다. 그러나 라부아지에도 그렇고, 이후의 화학자들(이 책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만 다룬다)을 보면 이론을 정립한 후에 그것에 맞추어 과학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반응을 수행하고, 그것을 기술하는 활동을 지속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을 최정모 교수는 화학의 연금술적인 실용적인 태도라고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연금술의 전통은 화학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화학사에서 잘못 알려진, 과장되게 알려진, 혹은 축소되어 알려졌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들을 많이 소개한다. 라부아지에의 승리가 매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당연했다는 것은 장하석 교수의 저서로 많이 설명되기도 했지만, 여기서 다시 언급되고 있다. 아보가드로가 부당하게 잊혔다가 50년이 지나서야 다시 발견되었다는 얘기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프리스틀리가 발견했다는 ‘일정성분비의 법칙’도 실은 그 당시에 받아들이고 있었고, 프리스틀리는 그것을 적극 옹호한 인물에 불과했다는 점. 생명체가 아닌 실험으로 유기물인 요소(urea)를 합성해 냄으로써 생기론(vitalism)을 무너뜨렸다는 뵐러의 경우도, 그의 실험이 당시에도 환호를 얻어냈지만, 생기론과는 관계가 없었다는 점 등등. 화학사에 묻혀진 이야기들이 이렇게 풍부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은 다른 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화학의 역사도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론이 당대의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진 이유가 단순히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란 것도 보여준다. 서로 대립되는 이론, 관점이 있었을 때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분명한 것도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알려준다. 그런 게 지금이라고 다를 수 없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어찌 보면 케케묵은 연금술을 매개로 화학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연금술사는 과거의 화학자이고, 화학자는 현대의 연금술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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