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웨어, 《우먼 인 캐빈 10》
로라(로) 블랙록은 여행잡지의 기자다. 정의로운 ‘진짜’ 기자를 꿈꿨지만, 현실은 남의 기사를 자르고 붙이는 일이다. 그런데 상사의 임신으로 인해 초호화 크루즈선 오로라호(선실이 단 10개밖에 없는)의 첫 항해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어쩌면 갈망하는 승진의 기회가 열릴지 모른다.
그러나 출발 이전부터 녹록치 않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 남자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강도를 맞고, 나중에 외국 출장에서 돌아온 남자 친구와는 갈등을 빚는다. 그게 그녀의 본심이 아니기에 더욱 괴롭다. 화해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라호에 오른다. 9호 린네실에 배정받는다.
정신없이 배에 올랐고, 저녁 만찬을 위해 화장을 하다 마스카라를 두고 왔다는 걸 안다. 그래서 옆방 문을 두드렸고 10호실의 여자(woman in cabin 10)에게 빌린다. 그리고 실수 연발인 만찬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바로 그 10호실에서 누군가 바다로 떨어지는, 정확히는 던져지는 것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그러나 보안팀장은 10호실은 원래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들어가 본 10호실은 깨끗하다. 승무원 중 누구도 로가 본 ‘10호실의 여자’를 본 사람은 없다. 더군다나 보안팀장은 로가 술을 많이 마셨고, 약을 먹고 있으며, 강도까지 당했던 터라 로의 목격을 의심한다. 그러나 로의 선실에는 10호실의 여자로부터 받은 마스카라가 남아 있었다. 이건 그녀가 존재한다는 증거.
진실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은 로에게 소름 돋는 일들이 일어난다. 마스카라는 없어지고, 마사지를 받다 잠이 든 중간에 누군가 들어와 샤워실 거울에는 “참견하지 마”라는 글귀를 손으로 써놓고 나갔다. 그 여자가 찍힌 사진작가의 사진기는 물에 빠져 사진도 사라져버린다. 그녀는 누구인가?
루스 웨어의 《우먼 인 캐빈 10》은 스릴러 추리 소설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위기에 처한 주인공, 뜻밖의 진실, 그리고 급박한 전개와 해결. 서서히 진행하면서 궁금증과 함께 공포감을 잇다 2/3 지점쯤에서 사건의 전환점을 맞이하면서 빠르게 호흡하도록 하다, 끝을 향해 질주한다.
정석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 고리타분할 때가 있다. 그걸 뚫고 가는 것은 다름 아닌 작가의 역량일 수밖에 없다. 루스 웨어는 공식과 같은 전개를 취하면서도 계속 책장을 붙잡고 다음의 장면을 예상케 한다. 또한 줄거리의 중간 중간에 이 사건을 보도하는 내용을 짧게 넣고 있는데, 줄거리보다 앞선 이 설정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짐작케 하면서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솜씨를 발휘한다.
찾아보니 이 소설은 키이라 나이틀리를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2025년 10월 10일 넷플릭스로 공개된다고 한다. 영화는 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재현하고, 또 바꾸었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