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터리 덕후가 신나게, 그러나 참혹하게 쓴 전쟁들

최경식, 《전쟁의 역사》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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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변의 역사》, 《암살의 역사》, 《숙청의 역사》에 이어서 최경식의 ‘어두운 역사’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사실은 《전쟁의 역사》란 책이 나온 걸 보고, 이전 책들을 먼저 읽었다. 그러니까 《전쟁의 역사》를 읽기 위해 앞의 책들을 읽었달까?


다 읽어보니 《전쟁의 역사》가 가장 공들이 책으로 보인다(물론 어떤 책이든 공을 들였을 건 확실하다). 스스로 ‘(해병대 출신) 밀리터리 덕후’라고 하고 있으니만큼 그럴 만하다.


10개의 전쟁을 다룬다.

그런데 제목이 포괄적인 데 비해 미국 내전 ‘남북 전쟁’부터 다루고 있어 너무 멀리 가지 않아 좋았다.

보통 제2차 세계대전으로 뭉뚱그리는 것들을 ‘서부 전역’, ‘독소 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나눠 쓴 것도 좋았다.

또 종종 역사에서 각주처럼 다루는(보통 제2차 세계대전의 한 부분처럼) ‘중일 전쟁’, ‘국공 내전’ 등을 자세히 다뤄 그것도 좋았다.

말하자면 구성이 좋았다.


전쟁의 진행 상황을 상당히 자세히 쓰고 있다.

어떤 느낌이냐면, ‘밀리터리 덕후’가 신나서 쓰고 있다는 느낌. 이쪽이 치고, 저쪽이 웅크렸다가, 어떤 실수를 하고, 어디로 후퇴했다 다시 치고 오고... 난무하는 지역들의 이름에 숨이 턱턱 막힌다.

별 정보 없는 몇 장의 사진 대신에 관련 지역의 지도라도 넣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자세한 전투 상황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지도였으면 더욱 좋았고. 물론 품은 훨씬 많이 들었을 거다.


수만, 수십 만이 ‘소멸’된다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다른 데서 사람이 죽는 것을 ‘소멸’이라고 쓴 걸 읽었었나 싶다. 책에도 인용하고 있는 이오시프 스탈린이 했다는 “1명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 명의 죽음은 통계”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멸’에는 비극의 느낌이 없다. 죽음의 당사자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장군 쯤은 되어야 한다. 혹은 한국 전쟁에서 수류탄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든 몇 명의 영웅의 이름 정도다. 그야말로 전쟁에서 죽음은 통계에 불과하다. 그래서 비극이다.


그래서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도 결코 없다.”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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