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쾀멘, 《숨 가쁜 추적》
데이비드 쾀멘이 이런 책을 쓸 거라고 충분히 짐작했다. 이미 2022년에 나온 책이 이제야 번역되어 나온 게 의아할 정도다(덕분에 2023년에 덧붙인 <후기>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쾀멘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분명 코로나19라는 21세기 최대의 재앙이다. 그런데 그는 이 재앙의 처절함보다는 한 가지 논란에 집중하고 있다. 바로 이 재앙을 불러온 바이러스는 어디서 왔는가?
물론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코로나19 팬데믹 자체에 대해 다루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쾀멘은 주변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설정한 이 이 책의 큰 줄기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바이러스, SARS-CoV2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가 왜 중요할까? 코로나19가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래도 팬데믹은 종료된 지금도 그렇지만 아직도 기승을 부리던 2022년 시점에서도 이 문제를 밝히는 것에 회의를 보이는 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쾀멘은 이 질문이 코로나19의 문제를 넘어서서 앞으로의 대책에도 무척이나 중요한 지점이라고 단언한다. 완벽한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답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진 답, 그리고 거의 아닐 것 같은 답 등을 추려가는 것은 단지 어떤 집단을 비난하거나, 혹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선 보건학적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 그렇게 해서 쾀멘은 어떤 답을 제시하고 있을까?
이에 관한 답으로 가장 목소리가 높은 것은 실험실 유출설이다. 우한에 있는 바이러스연구소에서 고의적이든, 실수로든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이 생각의 기초에는 기존의 코로나바이러스에 인간에 잘 감염되도록 조작한 바이러스를 제작했다는 가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고의적으로든, 실수로든 실험실 밖으로 나와 사람을 감염하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는 것이 이 가설의 골자다. 이 가설은 가끔 논문으로도(주로는 동료평가를 받는 공식적 저널보다는 프리프린트 형식으로 인터넷에 공개되었지만) 발표되긴 했지만, 주로는 언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져 있다.
쾀멘은 코로나19의 전개 양상과 이에 대해 초기에 대처하는 전 세계 선도적 과학자들의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고, 바이러스를 추적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논문과 논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아니 많은 과학자들의 판단은 SARS-CoV2라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제작되었을 것이란 생각의 기저에는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되기에 매우 잘 적응되었다는 과학적 사실에 있는데, 그것은 기존의 SARS 등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없던 퓨린절단부위가 삽입됨으로써 획득한 형질이다. 그런데 쾀멘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SARS-CoV가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동물들도 잘 감염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 밖의 여러 가지 논리를 통해서 SARS-CoV2는 (아마도) 박쥐 등에서 재조합되어 만들어진 바이러스이며 그것이 살아있는 동물이나 아니면 냉동 체인을 통해서 사람, 즉 우한의 화난수산시장을 중심으로 처음 감염되어 퍼졌다는 것이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물론 쾀멘도 그렇지만 과학자들도 어떤 것을 100%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비협조,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은폐가 원인이지만, 과학의 본성이기도 하다. 과학은 언제나 잠정적인 것이며, 현재의 증거로 최선의 판단을 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그 증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증거는 실험실에서의 유출보다는 다른 것을 지목하고 있다(고 본다).
여기서 쾀멘은 중요한 지적도 한다. 바로 증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다. 몇 차례나 이를 로르샤흐 테스트에 비유하는데,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잉크 얼룩을 보고 박쥐를 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실험실을 볼 것이다.” (323쪽)
여기에서 상대주의 같은 것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절대 진실은 밝히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주의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쾀멘은 끝까지 거기에 빠지지 않는다. 로르샤흐 테스트가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리 볼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그래도 얼룩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은 2022년 이 책이 발간될 때도, 2023년 개정판을 내면서 후기를 쓸 때도, 그리고 지금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 끝까지 논란이 될 것이다(쾀멘은 케네디 암살 사건에 비유하고 있다). 논쟁과 비판의 공간은 보장해야 한다. 그 공간에는 정치와 술수와 음모 등이 있을 수 있다. 그 공간에서 과학이 빠져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끔찍하다. 쾀멘이 끝까지 부여잡고 이 책을 쓴 이유다.
* 난 쾀멘의 팬이다. 그의 책은 나를 채워준다. 이 책도 그렇다. 다만 딱 한 가지, 번역을 과학 전문 번역가가 했으면 어땠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