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의 과학기술자, 조금 깊은 전기

송성수, 《경계를 넘나든 통섭의 과학기술자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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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과학과 기술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한 명의 우리나라 인물(우장춘)을 포함해서. 단순하게 ‘과학자’라고 하지 않은 데는, 과학과 기술을 구분하기 힘든 현대 과학기술의 사정도 있지만 과학자라고 하기에 모호한 인물이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예를 들어, 새뮤얼 모스, 귀스타브 에펠, 릴리언 길브레스 등).


저자인 송성수 교수는 ‘조금 깊은 전기’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인물에 대한 생애와 업적을 단편적으로만 다루지는 않으면서, 지루하지는 않게 한 번에 읽을 수 있는 분량으로 적었다는 의미다. OK!


대중적으로 익숙한 인물에 대해서는, 그 인물에 대해서 조금 깊게 소개하면서, 또 잘못 알려진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대표적으로 우장춘에 대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대표적으로 릴리언 길브레스)에 대해서는 우리의 인식에 새로운 인물군을 포함시키고 있다. 고맙다.


‘경계를 넘나든’ 과학기술사들을 다루겠다고 했다. 중요한 지점이다. 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창의성의 원천을 넓히고, 또 그만큼 기여한 인물들을 다루겠다는 얘기다. 그리고 ‘통섭’의 가치도 전파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12명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통섭의 가치에 대해서는 별로 설득력있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머리말>에서 닐스 보어는 과학과 철학을 섞은 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그의 과학은 충분한데 철학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든가, 데카르트, 프랭클린 등이 경계를 넘나든 과정은 대체로 소개되고 있지만, 그렇게 경계를 넘나들면서 생긴 가치에 대해서는 별 언급이 없는 것 같다. 앨런 튜링이 현실과 상상을 연결했다면, 그에게 현실은 무엇이었는지, 상상은 무엇인지 독자가 나름대로 파악해야만 한다. 튜링에게 현실은 동성애에 따른 사회적 시선과 당시 영국의 불합리한 법체계였을까? 아니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암호 해독의 임무였을까? 글쓴이가 의도한 게 궁금하다.


그저 12명의 과학기술자들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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