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깁스・터리사 H. 바커, 《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30년 동안 치매를 비롯한 질환을 연구하고 진료하던 신경과 의사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906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의 아우구스테 D라는 환자를 진단하고, 죽은 후에는 뇌를 관찰하여 신경세포 사이에 어두운 입자를 발견한 의사 이름을 따서 질환 이름. 알츠하이머병. 삶의 미래만이 아니라 과거, 현재를 모두 파괴하고,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도 고통 속에 살게 되는 바로 그 병이다.
신경과 의사 대니얼 깁스는 조상을 찾기 위해 DNA 검사를 했다 APOE-4 대립유전자가 2개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APOE-4 대립유전자를 2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수십 배에서 천 배나 높다.
조짐이 있었다. 냄새가 사라졌다. 가끔 후각이 왜곡되는 현상(환후각)도 있었다. 뇌 MRI를 찍었더니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악성이 아니라 양성. 제거하는 데 어렵지도 않고, 제거하면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종양이 후각에 어떤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란다. 그럼?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고 조상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부모에게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어쩌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하기 전에 죽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외조부모, 친가의 조부 대에 분명히 치매의 증거가 있었다.
뇌 스캔 사진은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분명한 병변을 보였다. 아직 인지 장애를 보이지 않음에도 그랬다. 그동안의 활발한 뇌 활동으로 인한 예비인지능 때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뇌신경세포를 되살릴 방법이 아직 없는 상황에서 운명은 정해져 있지만, 최대한 인지 장애가 나타나기를 늦출 수는 있다는 판단이 선다.
뇌병변이 있음에도 최대한 증상 발현 시점이 늦어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인지예비능이 높은 사람은 발병이 늦어지지만 일단 인지 손상이 시작되면 알츠하이머병 후기 단계로 급작스럽게 진행된다. 즉 짧게 고생하고 죽는다는 얘기다. 바로 일찍 진단하고, 인지 기능이 정상이거나 경도 증상을 보일 때 생활 습관이나 약을 통해서 최대한 증상 발현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니얼 깁스는 자신의 상황을 <JAMA 신경학(Neurology)>에 자신의 이야기를 기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이 병에 매료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냥 단지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진단하고, 유산소 운동이라든가, 지중해식 또는 마인드 식단,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 사회적 참여, 양질의 수면, 당뇨, 고혈압 관리를 통해서 발현을 늦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 병에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대처하자고 제안한다.
‘나의 일로 받아들일 것’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공부할 것’
‘연구에 자원해서 참여할 것’
‘과학과 연구에 지원할 것’
‘알츠하어머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
여전히 알츠하이머병은 무섭다(치매 중 알츠하이머병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고 한다. 이 말고도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혈관성 치매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작은 무언가 작은 희망을 준다. 조만간은 아닐지라도 언젠가는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것이고, 그 전에 우리는 빨리 알아내고, 생활 습관 조정을 통해서 발현을 늦출 수 있다는.
궁금한 것은, 대니얼 깁스가 이 책을 쓴 것은 2022년인데 지금은 어떤 상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