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의 세계사

윌버 보스마, 《설탕》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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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은 무섭게 퍼져나간 그 역사의 거의 내내 대다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치품이었다." (453쪽)


설탕은 흔한 물질이다. 그러나 이 흔한 물질은 약 1500년 전에 아시아에서 처음 등장했고, 200년 전만 해도 사치품이었다. 이 얘기는 설탕이라는 물질은 우리의 생존에 절 대적으로 필수적은 아니라는 얘기다. 왕궁의 연회와 의식에 쓰였고, 의학적 용도로 아주 소량만 쓰이던 설탕은 아주 느리게 퍼져 나갔다. 그러다 19세기 들면서 유럽의 수요를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충족하게 되면서 차츰 사치품에서 기호품으로 바뀌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역사가 윌버 보스마는 바로 그 설탕이 세계에 등장하고, 설탕으로 부를 일구고, 설탕으로 강제 노동이 이루어지고, 설탕으로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결국엔 의료계의 막강한 적이 되어 버린 역사를 장대하게 펼쳐놓고 있다.


설탕은 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사탕수수로부터 설탕 결정을 얻어낸 것이다. 19세기 중반 들면서는 사탕무로부터도 설탕을 얻어낼 수가 있게 되면서 유럽이 생산지 중 하나가 되었지만, 그전까지는 오랫동안 주로 인도와 쿠바와 같은 서인도 제도, 브라질, 그리고 미국 남부의 루이지애나에서 생산되었고, 생산을 위해서는 가혹한 노동이 필요했다. 필요한 노동력을 충당하기 위해 많은 흑인이 대서양을 건넜고, 노예제는 설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었다. 노예제가 폐지되고도 가혹하고도 저렴한 노동을 이용해서 설탕은 생산되었고, 기계화는 더뎠다. 그런 상황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데는 그로부터 이 득을 얻는 이 들이 서로 결탁하였기 때문이었다.


윌버 보스마는 이러한 역사를 파헤치면서 식민 권력을 비판하고,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자본주의의 양면성을 언급하면서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면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중심은 비판이다). 비판은 오늘날에도 다다른다. 여전히 자본의 논리가 설탕에 깊게 천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필수품이 아닌 이 설탕에 엄청난 이윤이 포함되어 있기에 속임수와 편법이 난무한다. 소비자의 건강보다는 자본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법을 저지하고, 대체제의 등장을 막는다.


설탕 세계의 과잉 생산과 과도한 착취, 과잉 소비는 고리를 이루며 서로 의지하고 있다. 윌버 보스마는 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끊기 위한 방법으로 법 제정을 제시하고 있다. 식품과 음료에 과도한 설탕 첨가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이 가장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환경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를 향한 유혹은 물론이고, 그 매듭 역시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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