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서 별 특출난 업적을 남기지 못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미 지적 전성기를 지난 나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오로지 연구만 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그랬다는 것은 조금은 아이러니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프린스턴고등연구소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압박 없는 상태가 오히려 지적 자극을 극대화시키지 못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보 이론의 선구자인 클로드 섀년에 대한 평전 평전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지니 소니, 로브 굿맨 지음)를 보면 그런 의구심이 더 짙어진다. 클로드 섀넌은 젊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벨연구소에서 잠깐 일하고, 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 자리 잡는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어느 편이냐 하면, ‘연구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프린스턴고등연구소는 섀넌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곳이었다. 일례로 학생 지도, 각종 마감 시간, 출판의 중압감 같은 일상적 걱정거리가 전혀 없는 그곳은 연구자에게는 학문적 도피안으로, 활력이 넘치기는커녕 심신이 피폐해지는 곳이었다.” (140쪽)
이에 관해서는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도 ‘나태하고 무기력한 삶’을 토로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오는 자극만으로 어떤 업적을 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고, 나아가 정신적으로도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