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건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있다. 과학계도 그렇다. 아니 더 그렇다.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과 수학자이자 현대 컴퓨터의 개념을 만들어낸 존 폰 노이만의 대화가 그렇다.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에서 가져온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클로드 섀넌과 존 폰 노이만이 1940년 프린스턴에서 의미심장한 대화를 나눴다. 섀넌은 ‘정보 = 해소된 불확실성’이라는 발상과 ‘잘난 체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순수한 의문’을 품고 당대 최고의 석학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뜸 물었다.
“정보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존 폰 노이만은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정보가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고 말하게. 왜냐고? 첫째로, 그것은 훌륭하고 견고한 물리학 용어일세.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엔트로피의 진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세. 그러니 자네는 어떤 논쟁에서든 늘 승기를 잡을 수 있지.” (265~266쪽)
몇 번은 접했던 이야기다. 엔트로피가 그런 개념인가? 갸웃거리긴 했지만 이내 수긍하곤 했던 것 같다(왜냐하면 엔트로피가 어떤 건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그걸 ‘잘’ 설명하라고 하면 별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지니 소니과 로브 굿맨은 이 대화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다(“이러한 대화는 결코 성사되지 않았을 게 확실하다.”)
그런데 왜 이런 ‘전설’이 내려오는 걸까? 당연히 그들이 전설이기 때문이고, 사람들은, 혹은 과학자들은 전설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니 소니와 로브 굿맨은 “위대한 과학은 구비설화를 스스로 지어내는 경향이 있”다고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