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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A Sep 18. 2020

클로드 섀넌, 디지털 세상을 창조하다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우리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우리의 의사소통 자체가 정보이기에 인류의 태동부터 정보의 시대라고 할 수 있지만, ‘정보의 시대라고 했을 때의 정보란 2진법으로 전달되는 디지털 정보를 말한다단순히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할 때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데도 우리는 정보의 시대를 향유한다그런데 우리가 당연시하며 향유하는 정보의 시대디지털 세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에 관해서 다양한 답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정보이론의 측면에서 명쾌하게 메시지를 보내고이를 재생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을 제시한 시점이 가장 보편적인 답변이다바로 1948클로드 섀넌이 <통신의 수학적 이론(A Mathematical Theory of Communications)>라는 논문을 발표한 해이다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필연적인 잡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더 크게 말하거나아니면 귀를 잔뜩 기울이자는 해결책에서 과감히 뛰쳐나와 정보를 0과 1의 부호로 표시하고 이를 여러 차례 전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 논문이었다(물론 이는 매우 매우 단순화시키고어쩌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않은 해석인지도 모르겠다). 물리적인 통신 수단의 개선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한계를 인정하고메시지를 조작하여 잡음을 극복하는 것을 제안함으로써(“똑같은 내용을 어떻게 말하느냐”)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바로 그 클로드 섀넌의 전기다사실 클로드 섀넌이라는 이름조차도 낯설다내가 그 이름을 기억에 둔 것은 수학이나 정보학에 관한 책을 통해서가 아니다다른 책도 아닌 유전학의 발전에 관한 책매튜 코브의 생명의 위대한 비밀에서 그가 등장한다생명의 비밀즉 유전이야말로 암호로 구성된 정보의 전달이다(0과 1이라는 2진법이 아니라 G, A, T, C라는 4개의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그런 면에서 정보이론의 창시자인 클로드 섀넌에 대해 다룰 수도 있다고 봤지만 다소 낯설었다(그 클로드 섀넌의 박사 학위 논문이 유전에 관한 것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았는데정말 놀랐다).

 

클로드 섀넌은 천재였다대학 시절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고벨연구소에서도, 2차세계대전 중에도전쟁 후 정보이론을 창안할 때도그 이후에도 천재였다천재가 천재 아닌 때도 있겠나 싶지만그는 늘 천재로서 인정받았고늘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했다이 전기는 바로 그 천재에 관한 전기인데섀넌 같은 천재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물음을 던질 정도로 평범함과 동떨어진 인물에 대한 얘기다하지만 어쩐지 이 인물에 대한 위화감이 들지 않는데아마도 그 이유는 그의 천성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늘 천재성을 드러냈음에도 평가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오직 호기심을 좇았던 인물이었다. (우리말제목에서 보듯이 그는 저글링을 즐겼고온갖 잡다한 발명품을 만들면서(그것의 효용성보다는 재미를 추구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땜장이로서의 면모를 평생 간직했다그래서 오히려 그의 삶은 그렇게 극적인 삶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뭔가 평범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지미 소니로브 굿맨은 정보 혁명의 시대에 가장 위대한 천재였으면서도 어쩌면 조금씩 잊혀져가던 인물을 우리 앞에 고스란히 드러내주었다비록 정보이론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어서(이 책에서 가장 긴 챕터인 <16장 획기적인 정보이론>에서 대부분 다룬다하긴 그 얘기를 길게 하면 오히려 독자들이 떨어져나갈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조금 아쉽지만 우리가 누리는 이 세상이 어디서 온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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