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밸컴, 《신이 선택한 곤충》
“다양하고, 불가사의하며, 카리스마가 넘치고(잠시 좀 더 바짝 가까이에서 본다면), 엄청나게 잘 나가지만, 대부분 무시당하는”
《모기》(티모시 와인가드)와 《초파리》(마틴 브룩스) 같은 책이 있기에 ‘파리’에 대한 책(원제가 ‘FLY’다)이라니 떠올린 것은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며 귀찮게 하는 그런 파리‘만’ 생각했다. 그런 파리만으로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조금 미심쩍기도 했다.
우리말 제목도 그렇고 표지에 드러나 있는 목차의 첫 제목 ‘신의 총애를 받은 존재’라는 게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말인지, 정말로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첫 번째 궁금증에 대해서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파리’를 너무 좁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서 얘기하는 ‘파리’는 대체로 ‘파리목’을 의미한다. 그만큼 넓은 범위를 아우르고 있다. ‘파리’라는 이름이 붙은 종류들, 이를테면 ‘똥파리’, ‘쉬파리’, ‘체체파리’, 그리고 당연히 ‘초파리’ 등은 물론이고 이름만으로는 파리라고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깔따구’라든가, ‘등에’ 같은 것도 모두 여기에 속한다. 그러니 파리에 관한 얘기는 무수히 확장된다. 거기에 모기에 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파리가 속하는 곤충류 전반에 관한 얘기로도 이어지니 애초에 할 얘기가 부족할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오히려 많은 얘기를 잘라냈다고 해야 할 정도다.
다음으로, ‘신의 총애를 받은 존재’라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여러 측면에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신의 총애’ 운운은 1930년대 영국의 유전학자 J.B.S. 홀데인이 “신이 딱정벌레를 지나치게 좋아했다.”는 말에서 온 것인데, 이는 딱정벌레의 종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100만 종의 곤충 중 35만 종이 딱정벌레). 그런데 저자는 파리 역시 마찬가지로 매우 많은 종이 있으며, 어쩌면 딱정벌레를 능가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파리는 ‘신의 총애를 받은 존재’라는 말은 성립한다.
다양성은 생물의 진화적 성공과 거의 동등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온갖 상황에 맞게 적응해 온 결과가 바로 다양성이니 말이다. 파리는 생김새에서, 먹이를 얻는 방식, 자손을 남기는 방식(그러니까 성생활) 등등에서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기생하기도 하면서, 포식자이기도 하고, 피를 빨아먹기도 하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자이고, 식물과 공생하는 것은 파리다. 게다가 우리는 이제 파리를 이용해서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도 하고(법 곤충학), 파리(정확히는 구더기)를 이용해서 상처를 치료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다양한 파리를 보여준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대부분 몰랐고, 무시하고 있었던 것은 부끄럽게 만들 정도로 파리는 우리 곁에서 다양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내용도 있다. 바로 파리의 의식에 관한 부분들이다. 저자는 문어에게 의식이 있다고 여기듯이 파리도 의식이 있다고 해야 한다는 생각하는 듯하다. 내 생각에는 좀 과하게 나간 듯한 생각인데(우리가 파리를 잡을 때 파리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파리가 교미할 때 그 행위를 즐기고 있다고 여길 수 있는가), 저자는 증거로 여러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있어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게 하기도 한다. 아직은 파리의 의식을 적극적으로 인정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는 데는 충분히 흥미가 간다.
이제 파리가 좀 달리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