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의 경이로운 생존의 역사

스티브 브루사테, 《경이로운 생존자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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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브루사테는 《완전히 새로운 공룡의 역사》을 통해 한번 만났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어린이용 책을 훌쩍 뛰어넘으면서도 난해함도, 난감함도 없다. ‘지구상 가장 찬란했던 진화와 멸종’의 이야기를 간직한 존재에 대해, 가장 찬란하게 써내려 갔다.”고 썼었다. 이러한 찬사는 ‘경이로운 포유류의 생존의 역사’를 쓴 이 책에도 거의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관련 역사와 지식에 해박하고, 현장감까지 갖춘 젊은 연구자가 글까지 맛깔나게 쓴다.


흔히 포유류는 공룡의 시대에 공룡의 눈길을 피해가며 살아가던 보잘것없는, 말하자면 찌질한 존재에서 비롯되었다고 그려진다. 그렇게 겨우겨우 살아가던 존재가 공룡이 멸종하면서, 바로 그런 찌질함 때문에 살아남아 어쩌다 지구를 지배하게 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에는 그 찌질함과 현재의 위대함 사이의 역사는 거의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공룡의 시대에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하고, 현재 포유류의 시대가 정말로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이 책은 그러한 비어 있는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고, 그런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주고 있다.


저자는 포유류의 등장을 공룡의 시대에서 몇 발자국 멀리에서 바라본다. 포유류가 포유류가 아니었던 시절, 어떤 동물이 포유류의 조상이 되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포유류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바로 3억 2500만 년 전, 흔히들 석탄기라고 불리는 시기의 일이다. 여기서 흥미롭게 읽은 점은 포유류에 와서야 송곳니가 생겼다는 점이고(“양서류, 도마뱀, 악어는 송곳니가 없다.”), 털이야말로 포유류의 새롭고도 가장 본질적인 특징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포유류는, 혹은 포유류의 조상은 다양한 먹이를 즐기게 되었고(또는 그것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되었고), 몸을 데워 온혈동물(정온동물)로서 입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지금의 러시아 근처에서 터진 화산 폭발로 페름기 대멸종이 벌어진 이후 포유류는 살아남는데, 지구온난화를 피해 땅굴을 파면서 생존을 이어간 이야기가 등장한다. 드디어 포유류라는 존재가 세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이 대목에서 역시 뜻밖의 것을 알려준다. 포유류하면 ‘젖을 먹이는 동물’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고도 포괄적인 특징으로 알고 있었는데(그것 역시 중요한 특징이라는 점은 여전하지만), ‘아래턱의 치골과 위쪽 두개골의 인상골 사이에 생긴 새로운 턱관절’이야말로 포유류를 포유류로 만든 진화적 특징이라는 것이다.


포유류는 공룡의 시대를 거쳐왔다. 공존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지배당하는 존재는 아니었다. 당시의 포유류들은 땅굴을 파고, 나무 사이를 활공하고, 물속을 헤엄치면서 공룡을 비롯한 포식자를 피하면서 번성했다. 그때부터 이미 찬란했다. 이 시기 즈음에 비로소 ‘젖’이라는 게 나타났고, 이게 포유류라고 불릴 수 있는 특징이 되었는데, 젖분비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두 가지 가설 역시 흥미롭다. 한 가지는 피부의 분비샘이 갓 태어난 새끼를 세균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항균성 액체를 분비하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처음에는 포유류의 작은 알이 마르지 않도록 습하게 유지하는 데 사용되었는데, 이것을 갓 부화한 새끼가 먹기 시작하면서 영양 공급원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젖이야말로 포유류 성공의 중요한 한 가지 특징임에는 분명하다.


공룡 시대에 번성했던 포유류는 두 개의 열로 올록볼록하게 돌기가 나 있는 어금니를 가진 다구치류다. 오늘날의 쥐나 오소리를 닮은 동물이다. 그리고 수아강이 등장한다. 위턱과 아래턱의 이빨이 단단히 물리는 어금니를 가진 수아강은 오늘날의 포유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아강이 가진 큰어금니는 먹이를 자르기도 하면서 갈 수도 있는 편리한 도구였고, 먹이 선택에 다양한 옵션이 되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을 포함하여.


포유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커다란 전환점은 6600만 년 전 백악기 대멸종 사건이다. 소행성의 충돌로 벌어진 ‘지구 역사 속 최악의 하루’로 공룡을 비롯한 지구상의 생물종 75퍼센트가 멸종했다. 포유류는, 정확히는 일부 포유류는 살아남았다. 체구가 작고, 잡식했던 포유류들이다. 공룡이 사라진 지구는 포유류의 것이 되었다(꼭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리고 살아남은 포유류의 몸집은 커지기 시작했고, 공룡의 후예인 새들의 몸집은 점점 작아졌다.


살아남은 포유류는 다양해졌다. 포유류는 진화적 실험 속에서 정말로 놀라운 변신을 하기도 했다. 그게 바로 놀라우리만치 커다란 코끼리, 바다로 되돌아간 고래, 그리고 하늘로 비상한 박쥐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물들을 그런가 하고 볼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극단적인 변화를 겪은 정말 놀라운 동물들이다. 이 책을 보면 더욱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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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지구 역사를 통해서 보면 풀은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다. 공룡의 시대에는 풀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풀밭에 공룡이 거니는 그림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풀은 엄청난 양을 자랑하기 때문에 그런 풀을 먹기 시작한 포유류는 번성했다. 풀의 식감과 모래를 같이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포유류가 수단을 강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포유류는 최근의 빙하기도 잘 견뎌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매머드와 같은 덩치가 커다란 동물의 이야기는 흥미롭기도 하지만, 필연적으로 멸종으로 향해야만 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슬프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이 등장한다. 인간은 역사상 처음으로, 지금도 유일하게 이 역사를 탐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기원을 고민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도 포유류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호모(Homo)속의 유일한 존재라는 것은 굉장히 희귀한 상황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포유류는 친적이 많은 존재였다. 그러나 우리의 친척은 수만 년 전에 멸종해버리고 말았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게 되었다.


다시 멸종의 시대라고 한다. 여섯 번째 대멸종을 얘기하는 책들이 많다. 브루사테는 걱정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큰 뇌와 사회적 공감 능력으로 협동할 수 있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우리가 지구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구 역사상 최초로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진 동물이 바로 우리다. 포유류의 시대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포유류의 하나인 바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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