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II (1)》
지리적 환경을 폭넓게 다루었던 제I부에 이어 제II부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지는 사회적, 경제적 활동, 그러니까 인간의 집단적 활동을 다룬다. 그 중에서도 ‘상권’에서는 경제가 중심이다. 주로 16세기의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 국가, 혹은 도시 들의 경제의 규모, 경제의 모델, 금과 은과 같은 귀금속과 화폐의 유통, 물가의 흐름, 후추로 대표되는 사치품과 밀(소맥)로 대표되는 필수품의 교역에 관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끝에 16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대두되는 제국, 특히 오스만 투르크와 에스파냐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가 이해하기로 페르낭 브로델이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아직 지중해는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직 대서양으로 세계의 중심이 넘어가지 않았다는 것인데(“1600년에는 향신료와 후추의 경우 대서양 노선의 승리가 완전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다수의 역사가들이 새로운 왕인 대서양에 의해서 폐위된 늙은 여왕 지중해의 공식적인 사망일로 간주하는 날부터 100년이 지나서도 지중해의 패배는 여전히 결코 끝나지 않았다.”, 282쪽), 그것은 아직 지중해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신대륙의 은의 유입이 에스파냐의 부를 가져오고, 또 몰락에도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페르낭 브로델의 시각은 좀 다르다.
그리고 지중해 자본주의는 네덜란드 자본주의의 모델이 되었다는 시각도 인상 깊게 읽힌다. 지중해에서 자본주의가 태동했다는 것처럼 읽히는 이 대목은, 자본주의의 시대를 많이 앞당기고 있다.
그러나 16세기는 전반적인 가격 상승의 시대였다고 한다. 페르낭 브로델은 여기에 ‘가격 혁명’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극적인 상황은 극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묘사할 필요가 있다.” 212쪽). 이러한 ‘가격 혁명’은 지중해 국가에 타격을 입혔다. 화폐의 문제, 돈의 문제야말로 개인과 국가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