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 브로델,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 II (하)》
《지중해》 제II부의 상권이 주로 경제를 다루었다면, 하권은 사회를 다룬다.
사회의 모습과 관련해서는 우선 여러 계급, 또는 신분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귀족, 부르주아, 하층민으로 나뉘는데, 각각이 ‘반동’, ‘배신’, ‘강도질’로 대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계속해서 재정 문제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살아남은 귀족층,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사회혁명도 완수하지 못한 근대 국가(타협과 공존에 만족해버린다), 끊임없이 배신을 일삼은 부르주아지―과연 이들이 사회의 한 계급으로 자신을 인식하기나 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불안해하고, 불만족하고, 동요했으나, 진정한 혁명의식을 갖추지는 못한 민중이 있었다.”(444쪽)라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제II부에서 가장 빠져들며 읽은 부분은 ‘제6장 문명’이다. 가장 익숙한 내용이어서일 수도 있고, 숫자보다는 서술이 주(主)를 이루고 있어서도 그럴 수 있다. 물론 나는 이 부분에서 페르낭 브로델의 어떤 통찰, 역사를 포함한 세상에 대한 큰 견해를 읽을 수 있다고 봤다. 문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16세기의 그 문명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통해서 시대를 보다 깊게 볼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서는 주체적인 세력으로 다루지 않고 있는 유대인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다루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다룬다면 다른 데서는 적절하지 않고, 다름 아닌 여기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크’라는 예술 사조를 넘어서 문명적 현상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게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전쟁이다. 여기서 전쟁은 세력 간의 전쟁은 물론 해적(또는 사략)까지도 포함한다. 이 둘의 분량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은 당시의 세력 간 불붙는 전쟁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반면, 해적 행위가 기승을 부렸다는 얘기와 연결될 것이다. 그는 “좋은 시기에는 가족 싸움이 우세하지만, 시기가 나빠지면 이교도와 전쟁을 벌인다.”고 했고, 해적이 기승을 부릴 수 있는 것은 그만큼의 경제적 활력이 있기 때문에, 즉 뺏을 물건을 가지고 상업적 활동이 있어야만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16세기의 지중해 지역은 여전히 활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II부에서는 백 년 단위의 도저한 흐름을 다루고 있다. 바로 페르낭 브로델이 자주 쓰고 있는 ‘콩종퀴르(conjoncture)’라고 하는 것으로, 이게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아무래도 다들 알 거라 생각하는 듯), ‘구조(structure)’와 비교했을 때 ‘움직임이 없는 것’에 대한 ‘움직이는 것’, ‘느리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빨리 움직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이해한다. 말하자면 여기서는 움직이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 전체적인 움직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