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제1권 청년 가장》
《노상추일기》. 노상추는 조선 영·정조 시기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30대에 무과에 급제하고 무관으로 살다 갔다. 그는 여든네 살에 죽었는데, 열일곱 살 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서 죽기 이틀 전까지도 일기를 썼다 한다. 그만 그렇게 일기를 쓴 게 아니다. 역시 무과에 급제해 병마절도사 자리까지 올라간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그렇게 일기를 썼으니 3대에 걸친 일기는 100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일기는 분명 개인의 기록이지만, 사회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살다 간 시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개인이 사회의 모든 것을 반영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런 개인들이 모여 만든 게 역사이니 역사의 한 쪼가리, 그것도 중요한 쪼가리를 읽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노상추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3권으로 구성된 책은 그가 과거에 급제하는 장면까지만 담았는데, 아마도 가장 고생스럽고, 가장 열렬했던 시기의 기록이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1권 청년 가장>은 제목 그래도 형이 죽고, 느닷없이 양반 가문의 가장이 된 노상추의 이야기다. 아버지가 있지만, 형이 죽고는 삶의 의욕을 잃은 듯 노상추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다. 열일곱 살. 이미 결혼도 했지만, 아직 어린 나이다. 그러나 어른스러워져야 하는 상황. 솔직하게 감이 오질 않는다.
가장이 된 노상추가 온갖 풍파를 겪는다. 형이 죽은 이후, 어머니가 죽고, 아내가 죽는다. 둘 다 자식을 낳다 죽는 것이다. 당시에 출산을 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일화(逸話)들이다. 그야말로 죽음을 무릅쓰고 자식을 낳았던 것이다. 그게 본능이었고, 또 구속이기도 했다.
여러 시대상들이 스쳐지나간다. 적자와 서자의 구분. 남녀의 구분 등에서 노상추는 조선 시대의 양반 가문의 인식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그것이 체득화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옳다 그르다 할 수가 없어 보인다.
또한 향리에 자리 잡은 양반 가문의 일상도 흥미롭다. 그저 골방 같은 데 들어앉아 책을 읽으며 과거 준비를 할 것 같지만, 노상추는 바쁘다. 농사일을 진두지휘해야 하고, 부모의 안색을 살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물론 식솔들의 일상사들을 챙겨야 한다. 그러면서도 과거를 보기 위해서는 공부도 해야 한다. 지체 높고, 꽤 재산도 있는 집안이기에 먹고 사는 데 크게 지장이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놀고먹기만 해야 했던 게 아니다.
그러는 가운데 호랑이가 출몰하고, 전염병이 돌고,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찾아온다. 열일곱의 나이에 이런 일들을 겪으며 낙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그러면서도 이겨내고 있는 노상추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해 보이기도 한다. 그게 우리 조상이었다.
이제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내도 죽고... 그들이 남겨놓은 막내 여동생, 아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노상추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