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추, 새장가 들고 활을 잡다

김도희,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제2권 활을 잡다》

by ENA
KakaoTalk_20251223_140538768.jpg


형, 어머니, 아내를 연달아 잃은 노상추는 어머니가 낳고 간 막내 여동생과 아내가 낳고 간 아들도 잃는다. 참혹한 운명이란 게 이런 건가 싶을 정도다. 그래서 노상추는 이런 생각까지 한다.

“과거는 봐서 뭐 하나. 떨어질 게 뻔한데. 장가는 가서 뭐하나. 아내가 죽어버리는데. 아이는 낳아서 뭐 하나. 살아남지도 못하는데.” (130쪽)


그런 일이 과거에는 다반사였을까 싶기도 한데, 그런 걸 생각하면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얼마나 나아진 세상에 살고 있나.

2권에서는 노상추가 문과를 포기하고 무과로 과거에 도전하기로 하는 전환점이 그려진다. 문과로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고, 한 번 잡아본 활에 솜씨가 보이기도 했다. 적성을 찾았다기보다는 어떻게든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을 해야만 해야겠다는 절박감이 궁리를 찾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일이 그때만 있지는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1권에서처럼 2권에서도 몇몇 장면은 당시의 시대적 한계를 체현하고 있는 노상추를 만날 수 있다. 반상의 법도를 엄격하게 지키고, 서얼을 무시하고, 출신을 중요시하는 태도와 마음이 그렇다. 그래서 그런 질서가 조금씩 무너져 가고 있는 현실에 적응하기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하는 탄식을 한다. 노상추의 일기를 읽는 게 그의 식견을 엿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을 보다 아래쪽에서 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솔직한 한계는 소중한 것이기기도 하다.


아버지는 아들 노상추보다 겨우 두 살 많은 여인과 결혼하지만, 그 새어머니도 이르게 죽는다. 그리고 노상추도 새장가를 든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노상추의 가계가 몇 대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이 결혼은 아마도 꽤 이어질 터이다. 이제 활을 잡은 우리의 노상추는 과거에도 급제하고, 행복한 가정도 꾸릴 수 있을 것인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양반 청년 노상추, 가장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