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나는 과거합격기. 제3권 급제를 쏘다》
결국 붓을 내던지고 활을 잡았던 노상추는 서른넷의 나이로 무과에 급제한다. 그의 일기를 이로부터도 계속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니까, 말하자면 해피엔딩인 셈이다.
하지만 이 해피엔딩에 이르는 길이 너무나도 험난하다. 2권에서 두 번째 아내를 얻고 여기서 가족의 행복을 이룰 수 있나 싶었지만, 이 아내도 아들 하나를 남겨놓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만다. 동생도 장가를 보냈지만, 동생도 돌림병으로 고생하고 또 자식도 잃는다. 시집간 여동생은 남편을 잃고 청상과부가 되고 만다. 큰형이 남겨놓은 조카를 키워 장가를 보냈지만, 돌림병에 죽는다. 아버지도 죽는다.
조선 시대 양반의 삶이 태평스러웠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지만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양반이 아닌 이들의 삶에 비하면 훨씬 나은 형편이었으니, 평민이나 노비 등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고되었을 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노상추는 과거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과거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냥 때가 되면 시험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과거를 보러 갈 때마다 드는 비용 때문에 전답을 팔아치워야 했던 것이다. 도전을 그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과거에도 목매달 수도 없는 처지의 ‘양반’들이 적지 않았을 거란 걸 예상하게 한다.
영남 남인이라는 처지도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어쩌면 그런 정치적 상황을 핑곗거리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언뜻언뜻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십 년 가까운 도전 끝에 과거에 급제하고 만다.
《노상추일기》를 바탕으로 해서 쓴 소설은 여기까지이지만, 이후 그의 행적은 그의 일기로, 또 다른 기록으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행보가 역시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 급제했다고 바로 벼슬길이 열리지 않았다(이야기에서는 이런 상황을 그보다 먼저 급제한 이를 통해 여러 차례 언급한다). 병조판서나 병마절도사에게 청탁을 넣기도 했는데, 아마 적지 않은 돈이 들었으리라. 그 덕이었는지 그는 2년 만에 벼슬을 얻는다(다른 사람에 비하면, 또 그의 과거 급제 시의 성적에 비하면 늦은 편이 아니었다). 조금씩 지위가 올라가다가 벼슬길에서 밀리기도 해서 높은 관리를 찾아다니며 복직을 청원하기도 했다(얼마나 낙담스러웠을까?). 그리하여 복직한 후에는 정조의 눈에 들어 당상선전관이 되고, 삭주부사 등의 자리에도 오르게 된다. 그는 여든세 살에 죽었다. 장수였다.
기록을 보면, 첫째 아들의 자손들이 이어갔고, 딸 둘을 시집보냈다. 동생 노상근도 무과에 급제한 것으로 나온다.
《노상추일기》는 특히 무관의 일기라는 점에서 희소성을 인정받는다고 한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위탁 보관되어 있는데, 번역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 일기를 분석한 책들도 나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문숙자의 《68년의 나날들, 조선의 일상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