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지무쇼,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
현재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산다. 그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에는 분명 문제가 생기지만, 그 문제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이점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도시로 모여 살 리가 없다. 일단 모여 있어야 교류와 교환이 일어난다. 물류도 그렇고 아이디어도 그렇다. 그래서 창의성의 원천도 도시라고 한다.
역사의 기록도 당연히 도시가 중심이다. 도시를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한 국가에서 일어난 중요한 일은 대부분 수도와 주요 도시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그러니 도시의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당연히 역사의 핵심에 접근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30개 도시로 읽는 세계사》는 참 괜찮은 기획이다. (사실 이런 기획은 드물지 않다. 일례로 한태희 교수의 《도시를 걸으며 세계사를 즐기다》와 같은 경우다.)
조 지무쇼(造事務所)라는 기획, 편집 집단이 쓴 이 책은 일단 상당히 경쾌하다. 어느 한 도시에 집착하지도 않고, 또 그 도시를 무겁게, 혹은 감상에 빠져 서술하지 않는다. 깔끔하게 역사적인 기원과 그 도시가 발달하게 된 계기, 그리고 침체에 빠졌던 상황, 그리고 현재. 어느 한쪽에 특별히 집착하지 않으며 날렵하게 다음 도시로 넘어간다. 그러면서도 그 도시를 방문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만든다(심지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도시마저도). 이 집단이 ‘꼭 알아야 할 핵심만을 추려 단순 명쾌하게 풀어내자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데, 딱 그렇다.
그런데 도시 하나하나로 보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그 도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항상 뒤에 남아 있다. 도시의 역사가 훨씬 더 풍부한 일화와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텐데 그게 너무 간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의 구성 방식을 생각했을 때 그런 느낌이 드는 도시라면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될 것이긴 하다.
사실 좀 더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어떤 지향점을 찾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왜 이 도시들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찾을 수가 없다. 물론 각기 다른 시대의, 다른 대륙, 나라의 도시들이니 역사 자체가 수렴하지는 않겠지만, 그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는 뭔가 시선의 중심은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