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역사적 권력이 만들어낸 질병

존 그린, 《모든 것이 결핵이다》

by 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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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존 그린은 2019년 아내와 함께 방문한 시에라리온(검색하지 않고 시에라리온이 아프리카 어디쯤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의 병원에서 한 소년을 만난다. 헨리라는 소년. 존 그린의 아들과 같은 이름.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소년은 밝았다. 그러나 헨리는 무려 열일곱 살이었고, 결핵 환자였다. 영양실조에 결핵까지 앓으며 더욱 왜소해 보였던 것이다.


존 그린이 결핵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헨리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5년 동안 결핵만 생각하고, 결핵에 대해서만 찾고 다녔다고 한다. 결핵의 역사, 결핵의 병인론, 결핵의 사회사, 그리고 결핵의 치료 등등. ‘모든 것이 결핵이다(Everything is Tuberculosis)’라는 제목은 ‘결핵의 (거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125만 명. 1331명.

앞의 숫자는 매년 전 세계에서 결핵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이고, 뒤의 숫자는 2023년 결핵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다.


이제 거의 없어진 질병쯤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그런 이들이 적지 않다) 이 숫자는 충격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서 더욱 그러할 텐데, 이른바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 유병률은 우리나라가 OECD 가운데 2, 3위를 다툰다(그것도 1위에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결핵은 현재진행형인 감염병이다.


결핵이 감염병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1882년 3월 24일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가 결핵균이라는 세균이 결핵의 원인균이라는 것을 밝혀냈으니 이제 150년도 되지 않았다. 유전병으로 여기던 시절도 꽤 있었다. 결핵을 창조성의 원천으로, 혹은 여성미를 극대화하는 질병으로 여기기도 했다. 많은 소설이 그런 인식을 부추겼다. 부유한 사람들이 걸리는 질병이라 여기다, 정체가 밝혀지고는 완전히 반대가 되어 버렸다. 가난한 사람들, 흑인들이 뭔가가 모자라기 때문에 잘 걸린다고 비난하고 낙인 찍었다. 질병은, 특히 결핵은 사회가 만들어낸 질병이다.


존 그린은 이러한 결핵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흥미롭다. 알던 이야기도 많고, 새로 알게 된 것도 있다(이 책이 한 일 년쯤 먼저 나왔으면...). 그런데 절반쯤 지난 다음부터 그는 목소리를 높인다. 치료받지 못해 죽어가는 많은 환자를 이야기한다. 죽어가는 헨리를 이야기한다.


시에라리온과 같은 저소득국은 물론 중소득국에서도 진단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질병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이미 감염이 많이 진행된 후에야 치료가 시작된다. 치료가 시닥되어도 항생제가 제대로, 제때 공급되지 않아, 치료가 중단되기 일쑤다. 치료가 중단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다. 그러면 더욱 치료가 힘들다. 그러면 새로운 항생제를 써야 하는데, 이 항생제는 비싸다. 그러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죽는다. 악순환. 치료제가 있어야 할 곳엔 치료제가 없고, 치료제가 필요없는 곳에는 치료제가 있다.


결국 결핵을 비롯한 많은 감염병의 문제가 단순한 과학과 의학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존 그린은 강조하고 있다. 사회의 질병이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우리’라는 것이다. ”21세기의 결핵은 사회적 결정요인 때문에 발생하며, 그 중심에는 자원을 추출하고 배분하기 위해 인간이 만든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244쪽)


거의 죽음 앞에까지 갔던 헨리는 극적으로 살아났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나 존 그린은 헨리가 그렇게 죽음 바로 앞까지 갔던 이유는 코흐가 발견한 결핵균 때문이 아니라고 쓰고 있다. 바로 ‘역사적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로소 그 위치를 알게 된 시에라리론이 겪은 오랜 식민 지배의 산물로 인한 빈곤의 결과이고, 그런 이유로 벌어진 보건의료체계 붕괴의 결과이고, 이제는 결핵으로 커다란 두려움을 갖지 않는 다른 세계의 무관심의 결과이다.


첫머리에 실린 헨리의 모습에 비하면 마지막 장에 실린 헨리의 사진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갑다. 그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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