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형, 《미국사를 뒤흔든 5대 전염병》
상당히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읽으면서는 좀 실망했다.
먼저 기대부터.
‘미국사’에 한정지었다는 제목부터 의외로 신선했다. ‘세계사’가 아니라서.
또 하나는 다섯 가지 전염병과 당시의 미국 대통령을 관련지어 리더십에 관한 얘기를 한다고 해서였다. 이런 건 별로 읽지 못했었다.
게다가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를 잘 읽었기 때문에 기대가 컸다. (https://blog.naver.com/kwansooko/222859043737)
그런데 실망한 이유.
‘미국사’라고 했지만, 결국은 세계사, 특히 서양사였다. 특히 전염병과는 관련이 없는 얘기들이 길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황열병을 얘기하기 위해서 그렇게 길게 유럽사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다른 감염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필요하다고 해도 너무 큰 얘기다보니 거의 연대표처럼 이야기할 수밖에 없고, 툭툭 끊어지는 느낌도 아쉽다.
또 한 가지는 ”유행병에 대응하는 대통령 리더십의 본질을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해석하고 이해“를 목적으로 썼다고 했는데, 이 부분이 너무 약하다.
이를테면 조지 워싱턴이 황열병 대응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한두 페이지밖에 할애를 하지 않았는데, 사실 황열병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결정타가 된 것은 수도 이전(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 DC로)이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얘기는 없이 그냥 끝나버린다.
또한 우드로 윌슨이 스페인독감(여기서는 다들 잘 아는 이유로 ‘1918년 인플루엔자’라고 바꿔 부르고 있다. OK)에 대한 대응은 뒷전으로 미루고 전쟁에 몰두했다고 적고 있는데, 어떻게 뒷전으로 밀리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천연두) 백신에 대한 토머스 제퍼슨의 옹호, 인종차별자로서 콜레라 통제에 관심이 없었던 앤드류 잭슨에 대한 얘기도 부실하고, 프랭클린 D. 루스벨트와 소아마비에 대한 얘기는 오히려 루스벨트에 대한 얘기로만 가득하다. 정작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라든가, 백신에 대한 얘기는 아주 간소하다. 좀 더 듣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그런 걸 알려주지 않아 아쉬운 마음 가득하다.
물론 건질 만한 게 없는 건 아니다. 특히 미국 독립 초기 연방주의와 반연방주의 사이의 대립과 황열병의 대응에 관한 부분은 철학의 차이가 감염병에 대한 대응에도 차이를 가져온다는 점은 인상 깊었다.